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미래진로센터에서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국회 시민정치포럼이 연 ‘국회의원 적정 정수 논의를 위한 시민 패널 토론’에 참석한 시민들이 선거제 개혁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국회의원 숫자를 한번 늘리면 우리나라 실정에서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국회의원은 강한 권력입니다. 현 상태에서 국회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압축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의원 수가 늘어나면 ‘멀쩡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갈 확률도 커질 겁니다. 의원 증원은 현역 의원들에게 긴장감을 준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지 않을까요.”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미래진로센터에선 ‘정치 개혁’을 놓고 보기 드문 격론이 벌어졌다. 38명의 시민이 모여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두고 토론한 것이다. 국회가 오는 10일부터 선거제 개혁을 위해 열리는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여론의 반대를 이유로 ‘현행 300석 유지’를 전제로 제도 설계에 나서기로 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모여 이게 옳은지 따져봤다.
이날 참여연대 등 570개 시민단체가 꾸린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등이 주최한 ‘국회의원 적정 정수 논의를 위한 시민 패널 토론’에서도 기성 정치에 대한 거부 정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참가자를 모집한 탓에 주로 정치 고관여층이 참여한 토론이었지만, 지금의 정치 풍토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나이, 성별, 거주지, 찬반 입장 등을 고려해 선발된 시민들의 진단은 같지만 해법은 ‘선 개혁, 후 증원’이냐, ‘선 증원, 후 개혁’이냐에 따라 갈렸다. 토론은 김찬휘 선거제도개혁연대 공동대표와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가 각각 의원 증원에 대한 찬성·반대 입장을 대변해 설명한 뒤 진행됐다.
토론을 시작할 때 의원 증원 찬성자는 20명, 반대자는 13명(투표 불참 5명)이었다. 8개 조로 나눠 50여분간 진행된 분임토론에서 의원 증원 찬성자들은 “인구 8천만명인 독일은 의원이 700명인데 (인구 5100만여명인) 한국은 지금 300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행정부) 견제가 어렵다”, “동네 이장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샅샅이 살피기 어려우므로 인원을 늘리고 일을 더 맡기자는 것이다. 이에 의원 증원 반대자들은 “광역시·도와 기초단체에도 기초·광역 의원들이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지역에서 상갓집이나 돌잔치까지 돌아다니니 일손이 부족한 것이다”, “의원들의 자질이 부족하니 25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맞받았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역 챙기기’ 등에 함몰돼 나랏일을 살피지 못하는 것이니 의석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토론을 모두 마친 뒤 참가자 가운데 26명은 의원 증원에 찬성했고, 11명(투표 불참 1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토론을 시작할 때에 견줘 찬성이 6명 늘고 반대가 2명 줄어든 것이다.
의원 정수 증원에 반대하는 한 참가자는 토론 뒤 <한겨레>에 “국민들이 의석수 확대에 반대하는 건 국회가 제대로 배경을 설명하지 않은 채 선거를 앞뒀을 때에만 다급히 주장하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여론을 만들어가는 국회의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 뒤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이 바뀌었다는 한 참가자는 “국회의원들이 일도 별로 안하면서 세비를 많이 가져간다고 늘 생각했는데, (오늘 토론에서) ‘더러운 물을 정화시키려면 깨끗한 물을 더 부어 희석해야 한다’는 데 공감해 생각을 바꿨다”며 “의석을 늘리되 의원의 특권은 시스템으로 보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