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을 유지시킨 지난 22일 당무위원회 결정 하루 만에 후폭풍을 맞고 있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속전속결로 ‘당헌 80조’ 예외조항을 적용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친문재인계인 전해철 의원은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대표가 22일 오전에 기소됐는데, 당무위를 당일 오후 5시에 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서 당무위에 그렇게 의견을 전했다”며 “우리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더 당당하게 나서려면 이 대표에 대한 공소장은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 기소 소식이 전해진 뒤 7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당무위를 소집해 당헌 80조 3항을 적용한 것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22일 오전 이 대표를 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에프시(FC) 후원금 관련 배임과 제3자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패 연루자에 대한 제재 조항으로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3항에는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전 의원은 전날 당무위에서도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날 김의겸 대변인은 당무위 뒤 “반대 없이 (이 대표의 직을 유지하기로 한 안이) 통과됐다”고 브리핑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도 23일 <문화방송>(MBC)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당무위 결정이) ‘과유불급’(지나친 것은 못 미친 것보다 못하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냥 빨리 봉합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또 “(당헌 80조에 보면 기소가 되면) 일단 잠깐이라도 직무정지 절차가 있어야 3항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적용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민 의원은 “‘답정너 기소’에 민주당이 ‘답정너 당무위’로 대응하는 게 민심에 맞냐. 이런 일이 쌓여 결국 국민에게 심판을 받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촉구했다. 일부 권리당원들은 서울남부지법에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대표는 민생 행보를 하며 논란과 거리를 두려 했다. 그는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주민센터에서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현장 방문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당 내부 결속을 위해 조만간 당직 개편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가 셀프 면죄부를 줬다”고 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더불어망할당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50여명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기자회견을 열며 민주당과 이 대표를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같은 당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오는 30일 본회의 표결에서도 찬성표를 던진다는 기류가 강하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