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51명이 헌법 제44조에 규정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23일 서약했다.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태규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 서약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불체포특권을 의원의 비리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시대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불체포특권은 헌법 조항이라 개헌을 통하지 않고서는 없앨 수 없기에 불체포특권을 사문화시키는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을 한다”고 밝혔다.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회기 중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번 서약에는 주호영·서병수 등 국민의힘 의원 51명이 참여했다.
이날 서약서에 이름을 올린 유의동 의원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특정 사안,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들의 대국민 서약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압박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으로 최근 자당 소속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연이어 부결시킨 바 있다.
이들 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같은당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보고를 앞두고 이뤄졌다. 하 의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경남도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후보에게서 7천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부정청탁금지법 위반)로 지난 2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사실상 가결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여러차례 성명을 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서약서에) 제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서는 “(본회의 때) 법무부에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이야기할 테고, 거기에 대한 설명 듣고 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 판단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어, 조만간 그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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