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과 정부,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 일체’를 내걸고 출범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가 용산 주파수 맞추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김 대표 19일 당선 뒤 처음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은 비판 여론이 거센 한-일 정상회담 감싸기에 치중했다.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에 관해서는 혼선을 초래하는 발언이 나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자화자찬’과 감싸기가 이어졌다.
김기현 대표는 들머리 발언에서 “악화일로였던 한-일 관계가 정상 복원됐다”며 “지난 정권은 과거에서 못 벗어난 채 국내 정치를 위해 반일 감정만 부추기고 어떤 해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당장 정치적인 국민감정을 생각하면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그것은 결코 국민과 우리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보고 내린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앞으로 가시적인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일본이 조금만 더 성의를 보여줬으면 성과가 있어 보였을 텐데 너무 입을 싹 닦아버려서 아쉽다”(초선 의원)는 지적이 있다.
주 최대 69시간(주 7일 기준 80.5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에서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혼선을 일으킬 만한 발언을 했다. 김 실장은 “‘69시간’이라는 극단적이고, 일어날 수 없는 프레임이 씌워졌다”며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6일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는 강조의 초점이 달랐다. 윤 대통령은 근무시간 축소 등의 제도 손질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날 김 실장은 ‘69시간’ 자체보다는 정부의 소통·홍보 문제를 부각한 것이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개편안을 내놓은 직후부터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은 소통 부족 속에 조율이 안 된 목소리를 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동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전체 연장 근로시간은 줄여나간 제도로 노동시간 유연성을 확보한 선진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윤 대통령의 생각이 공개되자, 입장을 뒤바꿔 ‘69시간 체제’에 반대 의견을 밝힌 ‘엠제트(MZ) 노조’ 의견 듣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핵심 지도부 의원은 “(69시간제 필요성에 대해) 그렇게 말을 세게 했는데 대통령실에서 바로 메시지가 다르게 나와버렸다”며 당혹감을 표시했다.
새 당 지도부가 ‘윤석열 바라기’에 집중하는 사이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14~16일 성인 1003명 조사에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34%를 기록해 더불어민주당(33%)과 어금버금했다. 한 중진 의원은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윤 대통령의 생각만 좇아가다가 바보가 되고 있다. 현 지도부가 앞으로도 맹목적으로 대통령 거수기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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