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 미타캠퍼스 노스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방문 기간 중인 지난 17일 게이오대 연설에서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일본 미술사학자 겸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1862~1913)의 발언을 인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 오카쿠라가 ‘식민지배 찬성론자’라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윤 대통령의 게이오대 연설이 알려진 직후 하종문 한신대 교수(일본학)는 <한겨레>에 “오카쿠라는 전형적인 한국 멸시론과 침략론의 소유자이고 식민지배에 적극 찬성한 인물”이라며 “대통령과 보좌진의 역사인식과 일본 시각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오카쿠라가 주장했던 ‘아시아 중심 사상’은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아시아 국가 침략을 정당화하는 슬로건인 ‘대동아공영권’으로 연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떻게 식민지배에 적극 찬동했던 침략론자의 발언을 인용할 수 있나”라며 “이제 친일외교를 넘어 숭일외교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19일 “일본 학생들에게 일본 사상가 말을 인용해 ‘용기’를 강조한 것일 뿐”이라며, 야당의 정치적 쟁점화라고 맞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우리가 새로운 한-일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 문화시장을 일본이 모두 먹을 것이라는 어마어마한 반발과 우려가 있었음에도 ‘용기’를 낸 것처럼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라며 “일각에선 나온 ‘조선 멸시론’하고는 거리가 멀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용기’를 강조하기 위해 오카쿠라를 둘러싼 논란을 알면서도 연설에 활용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의 비판 여론과 관련해 “역사의 큰 흐름이나 국제질서의 판을 읽지 못하고 지엽적 문제를 지적하고, 과도한 용어를 동원해 정치적 쟁점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야당을 겨냥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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