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오는 16~17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및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9일 발표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확정판결 이후 일본 쪽의 거친 대응 속에 최악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 복원에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가 지난 6일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일본 쪽이 얼마나 성의 있는 ‘호응 조처’를 내놓을지에 성패가 달렸다.
윤 대통령의 방일은 1박2일이지만, 17일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방일하는 탓에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일정은 16일에 집중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방일 정상회담으로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는 일단 복원 수순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방문으로 12년간 중단되었던 한·일 양자 정상 교류가 재개된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이 상대방 국가를 교차 방문하는 ‘셔틀 외교’는 2011년 12월을 끝으로 끊긴 상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복수의 일본 정부 당국자의 말을 따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셔틀 외교’ 재개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며 “셔틀 외교 재개가 합의되면 기시다 총리의 첫 방한을 위한 협의도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앞으로 예상되는 ‘4월 미국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과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3국 협력 강화 정상외교의 시작이다.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쪽 주장을 고스란히 수용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한-일 관계 복원을 서두르는 이유로 북핵 위협과 세계적 복합 위기를 꼽은 바 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핵·미사일과 중국 위협 대응을 위한 한-일, 한·미·일 협력 확대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2급 이하 군사기밀 공유 관련 협정인 지소미아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2018년 10·11월)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보복(2019년 7월), 그에 대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통보(2019년 8월)를 거쳐 현재 ‘종료 통보 효력 정지’라는 애매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부과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수출관리 우대국(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처 해제 문제도 이번에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 뒤 두 정상이 공동성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강제동원 피해 배상 ‘양보안’을 발표하면서 “물컵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까지 “과거 (사과) 담화를 계승한다”는 정도의 태도만 유지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국내 저항을 무릅쓰고 강제동원 문제 합의를 한 것이니 효과가 보기 좋아야 하고 그렇다면 포장을 해야 하고 ‘복구’ ‘회복’ ‘연결’ 등을 키워드로 한 이야기를 내놓을 것”이라며 “일본은 부인하겠지만 그런 것들을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호응 조치라고 우리는 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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