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셀프 배상’ 논란으로 국내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은 상황에서 대일 외교 속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9일 보도자료를 내어 “일본 정부의 초청에 따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17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정례회견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 일정은 지난 6일 정부가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확정·발표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한-일 간 ‘정상 셔틀외교’가 복원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대통령실은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양자 정상 교류가 재개되며 한-일 관계 개선과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번 방일을 통해 한·일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안보, 경제, 사회문화의 다방면에 걸친 협력이 확대되고, 양국 국민 간 교류가 한층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의제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수출관리 우대국(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처 해제,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 상태 해소 등이 거론된다. 정상회담 뒤에는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협력 기조가 담긴 새로운 한-일 관계 선언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방일 뒤에는 관례에 따라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마주 앉는 것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담 뒤 4개월 만이다. 이에 앞서 두 정상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차 찾은 미국 뉴욕에서 만나 약 30분간 대화를 나눴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약식회담’, 일본 정부는 ‘간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국 대통령이 방일하는 것은 2019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뒤 약 4년 만이며,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회담 이후 11년3개월 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윤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두 나라 기업인 간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아직 발표할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방일 기간 중 김건희 여사는 기시다 총리 부인인 기시다 유코 여사와 친교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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