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4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생산되는 쌀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느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어느 정도 시장 기능에 의한 자율적 수급 조절이 이뤄지고, 가격의 안정과 우리 농민의 생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무제한 수매라고 하는 양곡관리법은 결국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거나 쌀 수요 대비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일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뒤 60일 넘도록 처리되지 않자, 국회법에 따라 지난달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처음 통과했을 때도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격차가 벌어지고 과잉공급 물량을 결국 폐기해야 한다. 농업 재정 낭비가 심각하다”고 반대 뜻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런 기류 속에, 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먹거리에 관한 산업을 다루는 부처에게 제일 중요한 건 농‧축산업과 해양수산 산업의 효율성을 올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디지털화’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이 더욱 디지털화되고 첨단화되고 더욱 혁신을 이뤄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해야만 우리 청년들이 진입하지 않았던 농업과 수산 분야에도 뛰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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