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친윤석열계(친윤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 모임 ‘국민공감’ 첫 모임에서 권성동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지도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문제를 두고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들이 지도부를 비판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당 안에서는 이들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해놓고 야당 단독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을 통과시키는 건 약속 위반이고 몰염치”라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전날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뒤 페이스북에 국정조사를 두고 “애초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고 말해, 야당과 협상을 이끌어온 주호영 원내대표를 저격했다.
장 의원의 태도는 국정조사 보이콧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주 원내대표의 태도와 다르다. 당 지도부는 당 소속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사퇴 의사를 표시했어도, 예산안 처리 상황과 당 지도부 등 당내 의견을 고려해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은 각종 현안에 거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원내대표에서 ‘불명예 퇴진’한 권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지금처럼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을 비난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이들 ‘윤핵관’의 행동이 당에 잘못된 지침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여당은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분들은 다 무시하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경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얼음판을 걷는 여야 협상 과정에 야당을 자극해 합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대통령과 직접 소통해서 뜻을 대신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건지, 대통령의 속마음은 이럴 거라고 (임의로) 생각해서 주위에 전달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3월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조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장제원 두 사람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권 의원은 자신이 직접 전당대회에 나설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장 의원은 전당대회 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당 안에서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라는 말이 오르내린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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