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왼쪽 둘째)·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여야 합의문을 발표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4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3일 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전격 합의한 것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국민의힘과 국정조사 계획서 단독 처리에 부담을 느낀 더불어민주당의 처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강성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경찰 수사 결과가 먼저’라며 그 이전에 국정조사를 해선 안 된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국힘의힘은 23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2023년도 예산안 처리 뒤 국정조사 실시’를 당론으로 정하고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의 ‘셀프 조사’에 대한 불신 등으로 국정조사 지지 여론이 높은 상황이 이어지자 ‘현실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발표가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12월2일)쯤으로 예상되면서, 더는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처리 시점과 수사 발표 시점이 비슷하게 이뤄진다면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 합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도 ‘예산안 처리 뒤 국정조사’라는 대원칙 아래 국정조사 기간·대상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타협했다. 야3당은 애초 국정조사 기간 ‘60일’을 주장했으나, ‘45일’로 절충했다. 조사 대상 기관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중앙응급의료상황실 포함), 대검찰청, 경찰청 및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소방청 및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용산소방서, 서울시 및 용산구 등이다. 야당이 애초 요구한 대통령경호처와 법무부를 제외하기로 합의한 결과다. 민주당은 대신 국정조사 계획서에 ‘기관·단체·법인·개인 등은 수사·재판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기로 여당의 동의를 얻어냈다. ‘맹탕’ 국정조사를 막자는 취지다. 야당은 경찰의 대응은 물론이고 대통령실이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파고들 예정이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민주당 9명(우상호 위원장, 김교흥 간사, 진선미·권칠승·조응천·천준호·이해식·신현영·윤건영 의원)과 국민의힘 7명(이만희 간사, 박성민·조은희·박형수·전주혜·조수진·김형동 의원), 비교섭단체 2명(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으로 꾸려진다.
여야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고, 자료 제출 등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도 예산안 처리 뒤 기관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 본격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갈등 요소들도 잠복해 있다. 여야가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겨 연말까지 ‘예산안 정국’을 이어가면 실제 국정조사 기간도 그만큼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야는 합의문에 ‘국정조사 기간은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다’고 해놨다. 하지만 연장 여부와 기간을 놓고 여야가 다시 충돌할 수 있다. 민주당은 “필요하면 당연히 연장을 추진할 것”(박홍근 원내대표)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합리적으로 납득할 이유가 있으면”(주호영 원내대표)이라는 단서에 무게를 실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