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이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이 추진하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관련 ‘내년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선 수사 후 국정조사’ 방침을 철회하고, 사실상 국정조사에 참여키로 한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뒤 기자들을 만나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 실시하는 것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국정조사 조건은 (원내)대표단이 위임을 받아서 권한을 갖고 협상하되, 협상에서 많이 양보하지는 말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는 범위에서 국정조사를 과감하게 하되 정쟁으로 끌고가려는 국정조사는 단호히 배격한다는 일종의 협상지침, 요청이 있었다”고도 전했다.
이틀 전 의총 때까지만 해도 ‘선 수사, 후 국정조사’ 방침을 주장했던 국민의힘이 ‘예산안 처리 뒤’를 조건으로 국정조사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가 치러지는 데 부담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면 그때 국정조사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내일 의결하겠다고 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우리가 계획을 조금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을 만나 “어쨌든 원내 협상을 이끌어가는 원내사령탑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전반에 대한 책임이 있는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오는 24일 본회의 전까지 국정조사 시기와 기간, 범위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안에 국조특위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선 “남은 협상들이 마무리되면 제출하겠다”고 일단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등 야 3당이 국정조사 계획서 강행 처리를 예고한 24일 국회 본회의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도 “협상이 마무리되면 내일 (본회의 참여를) 할 수 있을 테고, 협상에서 의견 차이가 나면 못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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