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전통적으로 위계·질서가 강조되던 보수정당 국민의힘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친윤석열계 등 ‘윤 대통령 옹위 그룹’이 당 지도부를 서슴지 않고 비판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당 내부에선 “여당이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분소가 됐다”는 한탄이 나온다.
초선 비례대표인 이용 의원이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유일하게 마이크를 잡고 5선의 주호영 원내대표를 공개 저격한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윤석열 대선후보 시절 수행실장이었던 이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웃기고 있네” 필담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주호영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퇴장시킨 일을 비판했다.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같은 날 기자들에게 “두번을 일으켜 세워가지고 사과시키고 퇴장시키는 게 맞나”, “(주 원내대표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주 원내대표의 온건 노선에 불만을 나타내던 친윤계 의원들이 드러내놓고 공격을 가한 것이다.
그동안 친윤계는 당이 혼돈에 처할 때마다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당무에 관철했다. 지난 8월 법원 결정으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뒤 서병수·조경태(5선), 윤상현·홍문표(4선), 안철수·유의동·하태경(3선) 의원 등 중진들은 2차 비대위 구성을 반대했지만, 친윤계 초·재선 의원들은 “중진들이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들고 있다”며 이를 진압하고 비대위를 다시 출범시켰다.
과거 한나라당 계열 보수정당에 존재했던 미래연대(16대), 새정치 수요모임(17대), 민본21(18대) 등의 초선 모임은 당내 개혁적인 목소리를 대표했지만 국민의힘 친윤계 초선들은 윤 대통령 호위가 주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2024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당의 대주주인 윤 대통령에 밉보여선 안 된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에서 공천받으려면 지금은 누구든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찍히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다들 앞장서서 충성 경쟁하느라 영혼을 버렸다. 거기에 동조하지 않으면 ‘공천받을 생각 없냐’고 말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심기만 챙기면서 민심과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남 지역 중진 의원은 “여당과 정부가 건강한 긴장관계가 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실패했겠냐. 소통이 안 되니까 실패한 것”이라며 “지금 국민의힘은 용산의 ‘여의도 분소’”라고 말했다. 비윤석열계인 한 초선 의원은 “6개월 동안 당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용산 눈치만 볼 거면 당이 왜 존재하느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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