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 대국민사과… 선거앞 여-야 힘겨루기
사과전 대통령에 전화 “순방뒤 거취 협의… ” 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사과전 대통령에 전화 “순방뒤 거취 협의… ” 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이해찬 총리는 1970~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한 사람 중에서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경우에 속한다.
1952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그는 용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대학 시절 휴교 조처가 내려지자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의 아버지는 “학생들이 다 너처럼 집에 오면 데모는 누가 하냐”고 나무랐고, 이 총리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데모’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죽기 살기’로 데모를 했다.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했고, 재야 생활을 거쳐 88년 13대 국회에 들어왔다. 그 뒤 내리 5선을 하면서 한국 정치의 거물로 성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6월 그를 총리로 임명한 뒤 현 정권의 온갖 골치 아픈 일을 맡겼다. 이 총리의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이 총리가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철도파업이 터진 3월1일에 친 골프 때문이다. 정확히는, 해명을 솔직하게 하지 않았던 탓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애초 “부산상공회의소 차기 회장 후보 등 지역 상공인들과의 상견례 겸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임을 가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단순히 ‘즐기기 위한 골프 모임’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이 총리는 5일 아침 이강진 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본인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내일부터 14일까지 해외순방을 하시기로 계획돼 있으므로 해외순방을 마친 뒤에 대통령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총리가 4일 저녁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순방 뒤 거취를 협의하겠다는 말을 했고, 노 대통령은 특별한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순방을 마치고 여론의 추이를 살펴가며 그만둘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터진 후 이례적으로 엄청나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거취를 언급했다면 일종의 사의를 표명한 셈이다.
그러나 이 총리와 가까운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해 ‘식목일 골프’로 사과를 한 일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사과를 하는 수준으로는 넘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사과와 사퇴 중간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총리직 사퇴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국 이 총리의 사퇴 여부를 결정짓는 변수는 ‘민심’과 ‘여야의 힘겨루기’ 두 가지가 될 것 같다. 민심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 자신의 ‘거취’까지 걸고 사과한 이 총리를 국민들이 용서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여야의 힘겨루기는 한창 불꽃을 튀기고 있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5일 “총리직은 물론 의원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 총리의 사과에 대해 “그 정도면 사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해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전날 부산 골프장을 찾아가 현지 조사까지 했다. 최연희 전 사무총장 성추행 사건을 만회할 수 있는 호재를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다. 더구나 총리를 ‘무너뜨리면’ 5·31 지방선거에서 한층 유리해진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가 사퇴하지 않으면 야4당이 힘을 합쳐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총 297석인 국회의 정당별 의석수는 열린우리당 143석, 한나라당 126석, 민주당 11석, 민주노동당 9석, 국민중심당 5석, 무소속 3석이다. 야당이 힘을 합치면 해임건의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이 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해임건의안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의 정치적 공세에 찬성할 수 없다”면서도 “철도파업 대처에 문제가 있었으므로 6일 당3역 회의와 최고위원회를 통해 해임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반대로 열린우리당 처지에선 이 총리가 물러나면 5·31 지방선거는 물건너간다. 후임 총리 인선 문제로 정치공방이 벌어지면서 국정의 중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당과 나라의 기강을 확실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이 총리를 에둘러 비판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여권의 내부 분열로 비칠 것을 우려하는 탓이다. 이해찬 총리가 왜 3·1절에 ‘그런 사람들’과 골프를 쳤는지에 대해,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사후 해석이 분분하다. 바로 전날 국회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과 골프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뒤 특유의 ‘오기’가 발동한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공휴일인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리에게 ‘사생활’은 없다.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그 골프 약속은 취소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총리는 골프와 관련해 사연이 많다. 1997년 가을에 처음 골프를 배웠는데, 당시 국민회의에는 정권교체에 반대하는 기득권층의 거부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골프 바람이 불었다. 이 총리는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승부욕이 워낙 강해 골프를 꽤 잘 치는 편이다. 2003년 가을에는 프로들도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했다. 당시 경기지역 언론인들과 김원기 국회의장이 동반자였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결국 이 총리의 사퇴 여부를 결정짓는 변수는 ‘민심’과 ‘여야의 힘겨루기’ 두 가지가 될 것 같다. 민심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 자신의 ‘거취’까지 걸고 사과한 이 총리를 국민들이 용서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여야의 힘겨루기는 한창 불꽃을 튀기고 있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5일 “총리직은 물론 의원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 총리의 사과에 대해 “그 정도면 사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해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전날 부산 골프장을 찾아가 현지 조사까지 했다. 최연희 전 사무총장 성추행 사건을 만회할 수 있는 호재를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다. 더구나 총리를 ‘무너뜨리면’ 5·31 지방선거에서 한층 유리해진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가 사퇴하지 않으면 야4당이 힘을 합쳐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총 297석인 국회의 정당별 의석수는 열린우리당 143석, 한나라당 126석, 민주당 11석, 민주노동당 9석, 국민중심당 5석, 무소속 3석이다. 야당이 힘을 합치면 해임건의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이 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해임건의안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의 정치적 공세에 찬성할 수 없다”면서도 “철도파업 대처에 문제가 있었으므로 6일 당3역 회의와 최고위원회를 통해 해임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반대로 열린우리당 처지에선 이 총리가 물러나면 5·31 지방선거는 물건너간다. 후임 총리 인선 문제로 정치공방이 벌어지면서 국정의 중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당과 나라의 기강을 확실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이 총리를 에둘러 비판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여권의 내부 분열로 비칠 것을 우려하는 탓이다. 이해찬 총리가 왜 3·1절에 ‘그런 사람들’과 골프를 쳤는지에 대해,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사후 해석이 분분하다. 바로 전날 국회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과 골프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뒤 특유의 ‘오기’가 발동한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공휴일인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리에게 ‘사생활’은 없다.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그 골프 약속은 취소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총리는 골프와 관련해 사연이 많다. 1997년 가을에 처음 골프를 배웠는데, 당시 국민회의에는 정권교체에 반대하는 기득권층의 거부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골프 바람이 불었다. 이 총리는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승부욕이 워낙 강해 골프를 꽤 잘 치는 편이다. 2003년 가을에는 프로들도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했다. 당시 경기지역 언론인들과 김원기 국회의장이 동반자였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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