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10월30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사고 이름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대신 “사망자” 혹은 “사상자”로 쓰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낸 사실이 1일 알려졌다. 행안부는 객관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차원이라고 했지만, 156명이 숨진 대형 참사의 명칭을 사고로 쓰라고 지침을 내린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책임론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지난달 30일 중앙재난대책본부회의 뒤 전국 17개 시·도에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등의 용어가 아닌 사망자, 사상자 등 객관적인 용어를 사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아울러 공무원들에게 국가 애도 기간인 오는 5일까지 ‘근조’ 또는 ‘추모’ 글씨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객관적인 용어 사용 차원이라고 했지만, 각종 공문서에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풀이할 만한 단어 사용을 제한한 것이다. 지침 뒤 일선 공무원들은 ‘근조’ 글씨가 적힌 리본을 뒤집어 착용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행안부 지침이 정부의 관리 소홀 책임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다. 참사가 아니라 사고”라며 “어떻게 이런 공문들을 내려보내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부가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사망자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이다. 희생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라며 “윤석열 정부에 묻는다. 이번 참사에 희생된 분들은 희생자냐 아니면 사망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책임을 축소하거나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현 정부가 뭘 축소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공식적인 행정 문서에서 표현하는 것과 정부가 가진 애도의 마음과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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