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사고 현장이 통제되는 가운데 인근 거리에 귀가하지 않은 핼러윈 인파가 가득 차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다들 무사해? 확인하면 답장 한번씩 좀.”
‘이태원 참사’ 소식이 전해진 30일 아침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단체채팅방에선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메시지가 오갔다. 사망자가 150명이 넘는데다 사망자가 주로 10∼30대의 젊은층에 몰렸기 때문에 이태원에 갔는지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이런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조우재(18)군은 그날 사고 현장 근처에 가지 않았는데도 친구들로부터 “괜찮냐”는 메시지를 여러개 받았다고 한다. 조씨는 이날 오후 <한겨레>와 만나 “친구들 중에도 이태원을 간다는 사람이 없었는데 친구들 단체채팅방에 ‘무사하냐’는 말이 막 올라왔다. 다들 메시지 봤으면 답장해서 생존신고하라는 애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이태원에 자주 놀러가는 김아무개(30)씨는 <한겨레>에 “전날 야근을 하고 휴대전화를 꺼놓은 뒤 잤는데, 오후에 일어나니 부재중 전화가 10통이 와 있었다. ‘이태원 사고’ 때문에 걱정됐다는 카톡도 왔다”고 말했다.
20∼30대 직장인들이 모여있는 한 단체채팅방 갈무리
직장과 학교에서도 단톡방을 통해 자체적으로 사태파악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직장인 안아무개(32)씨는 “아침 일찍 팀장한테서 ‘괜찮냐’는 전화를 받고 깼다. ‘젊은 사람들이 (이태원에) 많이 갔다고 해서 걱정돼서 카톡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서 전화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아무개(31)씨는 “평소 주말에 회사에서 연락이 없는데 ‘팀 인원 중 (이태원 참사 관련) 이슈 없는지 체크해서 알려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와서 팀원들한테 ‘무사하냐’고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김아무개(31)씨는 “재학생들 중 전날 이태원을 간 학생들이 있는지 확인해봤는데, 우리 학교엔 없었다. 월요일에 핼러윈 파티를 기획 중이었는데, 이번 사고로 취소가 되고 꾸며놨던 교실 장식들도 철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휴가자들이 참사 당일 이태원을 갔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연락이 안 되는 휴가자들은 가족을 통해 연락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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