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뒤 첫 재판에 나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벌 받을 건 받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 이게 맞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6억원 정도 전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21일 밤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돈을 전달했나’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아니고, 김용. 20억 원 달라고 해서. 7억 원 정도 6억 원 정도 전달했다”며 “(전달 시점은) 작년 대선 경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내 휴대폰을 버린 것”이라며 “내가 그래서 오해받은 것부터 해서 내가 왜 중심이 돼버렸느냐, 중심이 아니었는데 중심이 돼버렸더라. 그렇게 사랑하던 형제들이 그런 짓을. 1년 동안 생각을 해봤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최종 확정일인 지난해 10월10일을 열흘 정도 앞둔 9월29일께 김 부원장에게 6억~7억원가량을 건넸고, 증거인멸 등을 위해 휴대전화도 버렸다는 주장이다. “1주일도 안된 휴대폰 버리라고 XX해가지고”라며 “하여간 쌓여 있는 게 너무 많아 울분이 안 풀린다”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유흥주점에서 술을 한 100번 먹었는데 (정진상 실장이) 술값 한 번 낸 적이 없다”며 “그것만 해도 얼마일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냥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을 받고. 내가 안 한 거는 덮어쓰면 안 되고. 이재명 (대표)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거고. 그렇지 않나. 이게 맞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증거를) 다 확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민주당 쪽에서 자신을 ‘핵심 주범’이라고 일컫는 것에 대해서는 “웃기다. 재밌다. 옛날에는 동지였는데 그 사람들이 중심이 아니라 내가 중심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 쪽 사람들이 주범이었는데 자신이 주범인 것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됐다는 주장인 셈이다. “1년 동안 감옥 생활하면서 천장만 쳐다보고 2개월은 눈물을 흘렸고, 그러다가 책을 보고 성경도 읽고. 참 많은 책을 읽었다. 나중에 또 우울증이 오더라. 그래서 우울증 약 먹고 버티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회유? 협박? 웃기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해라. 내가 밝힐 거다. 구역질이 난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해 대장동 수사 초기와 달리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뗐다. 유 전 본부장은 “(초기에는 이 대표 쪽을) 지켜주려고 그랬다”며 “감옥 안에 있는데 가짜 변호사 보내가지고 내가 검찰 가면 무슨 말 하나 동정이나 살피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쓸데없는 걸 지키려고 내 가족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만큼 벌을 받는 건 누구나 다 공정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10원 한 장 받은 거 없다? 내가 검찰에서 다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불법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김 부원장의 자금 수수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 대표가) 모르는 게 있겠느냐”라며 “정진상이 몰랐겠느냐. 나하고 술을 100번, 1000번 마셨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릴 수 있어도 숨길 수 없는 게 행적”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대장동 특검’을 제안한 이 대표 쪽은 유 전 본부장의 주장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날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유동규씨가 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라고 밝혔던 정 실장 역시 이날에는 <한겨레>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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