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사업자 쪽으로부터 8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2일 구속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부원장이 이날 구속되면서, 검찰의 ‘대선자금’ 의혹 수사는 이 대표를 향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를 지렛대 삼아 조만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압수수색도 재시도할 방침이다.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0시45분시께 김 부원장의 구속영장을 검찰에 내줬다. 김 판사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오전 법원 영장을 받아 김 부원장을 체포한 뒤 21일 오전 6시20분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곧바로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2시간3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했고, 여러 시간을 숙고한 뒤 구속 수사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김 부원장은 바로 수감됐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와 공모해 지난해 4~8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20대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수했다”며 이 돈이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이 가운데 6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사용하고, 다른 1억원은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이 보도되자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 다시 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진술 외에도 남 변호사 쪽에서 돈 전달 시기와 장소, 액수를 적어둔 메모를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구속한 김 부원장을 상대로 이 대표가 이를 사전·사후에 알았는지, 실제 돈이 대선 후보 예비 경선 과정에 사용됐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또다른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김용·정진상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다만 김 부원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김 부원장 법률대리인인 이상호 변호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검찰이 주장하는 돈 전달 시기와 장소 등) 혐의를 다 부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쪽(검찰)이 유동규 진술에 놀아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21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녹취파일에서 유동규와 남욱이 ‘이재명이 우리 거래를 알면 안 된다. 짤린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이 선거자금을 주었을 리 있겠느냐. 정권이 바뀌고 검사들이 바뀌니 관련자 말이 바뀌었다”며 조작·날조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하나 받은 것도 없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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