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답변 내용을 주고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대통령도 감사원에 특정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서조차 최 원장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한 데 이어 또다시 스스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한 의원은 12일 최 원장이 전날 국감에서 대통령도 ‘국민 자격으로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이 익명으로 제보를 한다면 몰라도, 대통령 지위에서 (감사를 요구)하는 것은 지시가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법조인 출신 한 의원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감사 요구를 어디 시골 어르신 한명이 요구하는 감사 요구와 같은 무게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직분을 망각한 채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는 감사원법 취지를 스스로 허무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최 원장은 7월2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했다가, 여당에서조차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야당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바 있다. 국민의힘 안에선 최 원장의 거듭되는 ‘감사원 독립성 훼손 발언’을 매우 부담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로까지 이어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지난 5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 국정기획수석에게 감사 내용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최 원장의 발언이 대통령실과 감사원의 유착 의혹을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영남의 한 초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돌격대도 아니고 발언이 너무 세다”며 “과유불급”이라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이미 감사원이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대통령도 감사 요청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국민들이 하명이라고 인식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실제로 야당은 ‘대통령 하명 정치감사’가 드러난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최재해) 원장 스스로가 감사원의 자존심과 품격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발언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의겸 대변인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감사원과 대통령실이 주파수를 맞춰서 계속 이 정국을 이끌어왔다고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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