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왼쪽)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인사하러 온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최 원장은 “각오하고 왔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실제 이날 유 사무총장을 대상으로, 그가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일을 집요하게 추궁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감사원이 업무상 주고받을 만한 메시지’라고 옹호에 나섰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상이었다. 오전 9시47분께 유 사무총장이 최 원장과 함께 국정감사장에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유 사무총장이 안경테를 만지거나 최 원장만 바라봐도 플래시는 계속해서 터졌다.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을 의식한 듯 유 사무총장은 국정감사에서 휴대전화를 아예 꺼내지 않았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게 포착돼 입길에 올랐다.
최 원장도 유 사무총장을 부쩍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최 원장은 감사 도중 유 사무총장이 직원과 얘기를 주고받자 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직접 손으로 유 사무총장의 마이크를 가리기도 했다. 또 유 사무총장이 답변을 버벅거리면 최 원장이 대신 사실관계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유 사무총장은 또 평소보다 발언과 태도를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 사무총장 자녀들의 원전 기업 주식 보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유 사무총장은 할 말이 있는 듯 마이크를 만지작거리다가 발언은 하지 않았다. 또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유 사무총장의 답변이 ‘오락가락’한다고 따지자 “말이 헛나갔다. 물도 못 마시고 의원님 말씀 신경쓰고 있다. 정정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감사원 직원은 유 사무총장에게 물을 전달했다. 유 사무총장은 국정감사 쉬는 시간에는 직원들과 본인의 발언 부분을 확인하기도 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이날 국감은 여야의 거센 신경전 속에 자정에 마무리됐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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