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놓고 다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새 정부 출범 100일도 안 돼 비대위를 꾸렸지만, 의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쇄신 방향보다는 조기 전당대회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당 대표는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이라는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의원들 입장에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국민의힘 현역 의원의 지역구는 ‘공천장’이 곧 당선인 지역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민심보다는 권력구도에 더 민감하다.
<한겨레>가 24일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93곳을 분석한 결과, 17~21대 다섯 차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지역구는 60곳(공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복당한 경우 포함)이었다. 또 지역구 의원 93명 중 절반 이상인 58명이 보수 텃밭인 대구(12명)·경북(13명), 부산(15명)·울산(5명)·경남(13명)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4차례 승리한 지역구는 대구 북을, 경기 성남 분당 갑, 서울 강남 을 등 14곳이다.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이 74곳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 안에서는 현역의원들이 민심보다 공천권을 행사할 당권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역의원들을 보면 우리 당의 강세 지역 의원들이 대부분 아니냐. 솔직히 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들”이라며 “비대위에서 혁신·쇄신이 중요한데 정작 의원들이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보수 텃밭에서는 공천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냐. 아무래도 수도권 민심과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 사람 눈에는 이준석이니 비대위니 그런 것보다 집권 여당이 됐는데 대체 뭘 하고 있나 이런 시선이 더 많다”고 말했다.
과거 국민의힘은 영남패권주의를 기반으로 비교적 손쉽게 전국선거를 치렀지만 정권의 국정운영 실패 뒤 비대위를 꾸려 위기를 타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153석으로 과반의석을 얻었다. 공천 탈락 뒤 탈당해서 당선된 친박연대(14석)와 친박무소속연대(16석)까지 합하면 180석이 넘는 압승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당이 휘청이자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고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꿨으며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영입해 ‘경제민주화’ 슬로건을 발표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패색이 짙었던 전세를 뒤집고 과반 의석(152석)을 확보하며 승리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결국 민심을 얻는 당이 승리한다. 민심보다 당내 공천권에만 매달리는 건 모두 공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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