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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날리면’ 확실하고 ‘이 XX’는 기억 안 난다는 윤 대통령

등록 2022-09-29 20:26수정 2022-09-30 11:23

대통령실 “가짜뉴스 퇴치” 맹공
유승민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국민의힘 ‘엠비시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박대출 위원장과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문화방송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무경 의원, 박 위원장, 윤두현·박대수 의원.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엠비시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박대출 위원장과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문화방송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무경 의원, 박 위원장, 윤두현·박대수 의원.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중 비속어 논란을 최초 보도한 <문화방송>(MBC)의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엠비시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위원장 박대출 의원)는 이날 문화방송의 박성제 사장과 박성호 보도국장, 연보흠 디지털뉴스룸 국장, 취재기자 등 4명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문화방송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지난 22일 ‘바이든’ 등 잘 들리지 않는 발언에 자막을 입혀 보도함으로써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여당의 강경 공세는 ‘사과는 없다’는 대통령실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욕설 논란이 길어지는데 유감 표명할 계획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언론으로부터) 무차별 폭격을 10시간 넘게 받았다. 대통령실에서 사과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사실 자체를 흐렸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비속어 논란에 대해 그때 (미국 뉴욕에서) 윤 대통령에게 여쭤봤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이야기를 해서 본인도 기억을 잘 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비속어를 사용한) 앞부분 쪽은 윤 대통령도 상당히 혼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한 것은 확실하지만, ‘××들이’라는 부분은 기억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가짜뉴스’ 퇴치를 강조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가짜뉴스만은 퇴치해야 하지 않겠느냐. 광우병 사태가 있었듯이 가짜뉴스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이간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도 “(문화방송은) 언론이라고 볼 수 없다. 대통령실은 직진”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속히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는 당내에 여전하지만 강경론에 눌려 산발적인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여권 안에서는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김은혜 홍보수석 등에게 묻고 출구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그렇게 인사를 바꿀 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더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구 경북대 강연에서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며 “이런 문제로 이 중요한 임기 초반에 시간을 허비하는 게 너무나 답답하다”고 말했다. 영남의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이렇게까지 하면 정무적으로 득 될 게 없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방송은 “(국민의힘의 고발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시한다”며 “보도에 관여했을 것이란 막연한 추정만으로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것은 앞으로 어떠한 언론도 권력기관을 비판하지 말라는 보도지침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문화방송은 “무엇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명확한 근거나 설명 없이 ‘엠비시가 자막을 조작했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재훈 김미나 최성진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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