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5층 국민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며 감사원 감사 등에 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5층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로 전현희 위원장을 찾아갔을 때 전 위원장은 감색 정장에 흰색 운동화 차림이었다. 걷기 운동을 위해서 운동화를 신었냐고 묻자, 그는 “민원 해결 주무부처라 현장을 많이 다니는데 운동화가 편해서 항상 신는다. (2020년 6월) 국민권익위원장이 된 뒤 운동화만 다섯 켤레째다”라고 말했다. 국무회의 같은 공식 행사 때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처음 몇번은 구두를 신었지만 조금 지나선 아예 운동화를 신고 회의에 참석했다.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고 장관 몇분이 ’산에 갔다 오냐’며 놀리는 듯한 말을 하셨지만 그 이상의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즘 윤석열 정부의 사퇴 압박 최전선에 서있는 전현희 위원장에겐 발이 편한 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 8월 초에 시작된 감사원 특별감사가 두 차례나 연장되면서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경은 어떠신가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듭니까?
“심리적 압박이 너무너무 큽니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법을 지키고 묵묵히 일을 했을 뿐인데 제가 도대체 뭘 잘못한 것일까, 그러니까 부패방지권익위법에 임기와 기관의 독립성이 규정되어 있으니 저로서는 법을 안 지킬 도리가 없거든요. 그런데 왜 이렇게 핍박하고 힘들게 하는지 그 이유를 사실 이해하기 힘듭니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로 물러나라, 사퇴하라, 이런 압박이 계속 있어왔는데 여기에 감사원이 나서서 표적감사를 두 달 가까이 진행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중립기관이고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기관장 사퇴 압박에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안타깝고 참담합니다. 저야 뭐 이 고통을 감수하겠지만, 저로 인해서 우리 권익위 직원 수십 명이 감사를 받고 정말 힘들어하는 점에 대해선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직원들이 위원장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받고 고생하는 게 가장 견디기 힘든 건가요?
“그게 저한테는 가장 큰 고통을 주는 부분입니다.”
―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걸 이겨내려 하고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께서 직접 국민권익위원장은 국무회에 올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고, 그 이후에 여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공개적인 사퇴 압박을 하니까, 그야말로 정권의 총체적 압박이 저 한사람한테 집중되는 걸 몇 달 겪으니까 솔직히 굉장히 두렵습니다. 지금은 감사원 감사를 받지만, 언제 검찰 수사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요. 길을 가다가도 누군가 뒤에서 해꼬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항상 불안하고 잠을 하루 두세 시간도 채 자지 못할 정도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해서 몸무게가 5kg쯤 빠졌다가 지금은 조금 회복된 상태입니다. 이런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하는데,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하고, 또 많이 걷습니다. 그냥 계속 걸으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어요.”
―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감사원의 표적감사를 정면 비판했습니다. 전 위원장의 평소 스타일과는 다른 강경한 대응에 좀 놀랐습니다.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감사원을 비판한 건 어떤 생각에서였습니까?
“감사원 감사의 시작과 진행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을 좀 알려야겠다, 부당성을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제일 큰 이유는 우리 직원들 좀 괴롭히지 마라, 제가 표적이라면 저 혼자 괴롭히는 걸로 충분하지 않나, 감사를 저한테 집중해서 직접 저를 조사하고 물어봐라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권익위는 지난해 감사원 정기감사를 이미 받았습니다. 이번엔 저에 관한 제보를 갖고 특별감사를 한다는 건데, 사실 출장비 의혹 등은 다 정기감사 대상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이걸 또 헤집으면서 ‘위원장 비리를 얘기하라’고 압박하니까 직원들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도 많은 직원들이 저를 응원하고 있어서 힘을 얻습니다.”
― 감사원 감사가 처음엔 전 위원장의 근무 태만을 문제삼다가 이젠 직원들까지 전방위적으로 털고 있다는 인상이 짙은데, 현 정부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을 때 이런 식의 공격이 있으리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까?
“음…, 이 정도까지일 거라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법에 정해진 임기를 지키면서 적법하게 일을 하겠다는 건데, 마음에 안들 수는 있지만 그걸 갖고 공개적으로 이렇게 공격할 수는 없을 거다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때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잖아요. 그 이전엔 정부가 바뀌면 임기가 정해져 있어도 기관장이 사퇴하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왔는데, 대법원에서 이제 그런 것은 더 이상 허용되어선 안되고 법을 지켜야 한다는 확정 판결을 내린 겁니다. 그래서 그 전과 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또 달라질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과 법, 이런 거에 전혀 상관없이 물러나라고 압박하고 감사원 감사까지 하는 게 저로선 정말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
전현희 권익위위원장.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임명직 고위공직자가 대통령이 바뀐 뒤에도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게 맞느냐는 건 오랜 논란입니다. 여야가 정권 바뀔 때마다 ‘내로남불’식으로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고요. 국민권익위원장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임기를 보장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공직자나 그런 부처들에 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는 이의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가 일치하지 않는 부처나 기관이 많다면, 우선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니까 모든 건 법과 규정에 따라서 원칙대로 처리가 되어야 하고, 대법원 판결은 그와 어긋난 관행에 경종을 울린 걸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과 임명직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쪽으로)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 찬성합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는 일반 부처·기관과는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권익위는 부패를 방지하고 국민 고충·민원을 해결하는 일종의 옴부즈만 기관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라는 준사법적 성격도 띠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업무 자체의 성격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정부내 워치독(watch dog, 감시자) 역할을 하고,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부처에 쓴소리를 하는 역할이거든요. 그러니까 국민권익위원장은 반드시 독립적으로 임기나 신분을 보장해야 하고요, 그렇게 하라고 현행 법에 이미 분명하게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권익위는 대통령과 임기를 일치시켜선 안되고 독립적 업무를 보장해야 합니다.”
―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이 중요한 건 감사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런데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할 감사원장이 해서는 안되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감사원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었고요, 그러니까 국민권익위에 대해서도 왜 대통령 국정철학에 맞추지 않느냐, 코드를 맞추지 않느냐 이렇게 얘기하는데 이것도 논리에 맞지 않는 얘기죠. 감사원이나 권익위 두 기관 모두 업무가 법률에 의해서 정해져 있고,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기관입니다.”
― 그런데 국민의힘에선 ‘전현희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선 정치적 결정을 하지 않았냐, 그런데 지금은 독립성을 주장한다’고 비판합니다. 대표적으로 2020년 9월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휴가특혜 논란 때 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추 장관의 직무가 이해 충돌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 내린 것을 거론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때는 똑같은 사안에 이해충돌이란 해석을 내놓았다고 국민의힘에선 말합니다. 이건 어떻게 된 겁니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지금 감사를 받고 있기도 한데, 그게 아니란 게 밝혀졌을 겁니다. 이해충돌이란 결정을 내리려면 두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사적 이해관계가 있어야 하고,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합니다. 사적 이해관계는 조국 전 장관이나 추미애 전 장관이나 둘 다 있습니다. 한 분은 부인 사건이고, 다른 분은 아들 사건이니까요. 조국 전 장관 부인 사건 때 전임 권익위원장이 국회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셨는데, 그건 사적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그렇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권익위에서 직무 관련성 판단까지 하지는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추미애 장관 때 비슷한 사건이 나니까 저한테 똑같이 물은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권익위에서 정확하게 해석을 내렸습니다. 사적 이해관계가 있기에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그러면 그 다음 단계인 직무 관련성 검토를 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와 직무 관련성이 있으려면 검찰청법 8조에 의거해 장관이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검찰총장에게 있거든요, 따라서 이해충돌이 되려면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저희가 검찰청에 이 사안에 대해 장관이 총장에게 수사 지휘를 한 적이 있느냐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직인이 찍힌 공문이 왔는데, 추미애 장관이 자녀 수사에 지휘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결국 사적 이해관계가 있어 이해충돌 소지는 있지만 구체적 수사지휘권이 없었기에 직무 관련성은 없다, 그래서 이해충돌은 아니다 라고 결론내린 겁니다. 그러니까 사실 조국 전 장관은 억울한 겁니다. 그때 국회 질의응답이 아니라 정식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면, 똑같이 직무 관련성이 없으니 이해충돌은 아니다 라는 결론이 났을 겁니다. 이걸 아무리 설명해도 국민의힘이나 보수 언론은 듣지 않고 ‘전현희 위원장이 민주당 출신이라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비난했어요. 저는 그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진실은 알려질 거라는 생각으로 다투지 않았습니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명확하게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 6월14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총리실로부터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는 통보를 갑작스레 받았습니다. 국무회의에 오지 말라는 통보를 처음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솔직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법조인(변호사) 출신이니까 법을 지키고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한 편인데, 윤석열 대통령도 당연히 그러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이 됐으니까 마음에 안들 수는 있겠지만 그건 개인적 생각이고, 현행법에 구현된 법치주의의 기본은 당연히 지켜질 거라 생각했는데 총리실에서 그런 통보를 하고 또 윤 대통령이 직접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정말 놀랐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일정 기간은 이전 정부 장관들과 국무회의를 함께 했고, 또 이 분들이 그만둘 때는 문 대통령이 오찬을 하면서 수고했다는 말씀도 하시고, 그렇게 포용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점에서 윤 대통령도 좀 그러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지금 얘기하신 대로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권익위원장을 겨냥해서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다 국무회의에 배석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했습니다. 사실 국민권익위원장은 장관과 달리 국무위원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무회의에서 국민권익위원장은 어떤 역할을 합니까?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국민권익위원장은 권익위 출범 이후부터 줄곧 국무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권익위는 부패 방지 총괄기관이라, 국무회의에 올라오는 모든 부처의 법령에 대해 사전에 부패역량 평가를 합니다. 부패를 유발할 요인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해서 그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개선을 각 부처에 요구하는 겁니다. 국무회의 안건의 80%가 법령 사안이거든요. 그래서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겁니다.
또 하나는, 저희가 국민 고충과 민원을 해결하는 기관인데, 민원을 받아서 조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각 기관의 의견 표명을 듣고 시정 권고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희가 시정 권고하는 게 강제성은 없습니다. 그러니 각 부처가 협조를 안해주면 민원 해결이 어려워지겠죠. 그래서 지난 정부에선 대통령께서 직접 각 부처가 권익위 민원에 관한 권고를 얼마나 수용하는지 분기별로 국무회의에 보고를 하라고 지시하셨어요. 제가 권익위원장 부임하기 전에 정부부처의 수용률이 80%대였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하시니까 수용률이 95~96%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권익위와 각 부처의 협업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국무회의입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든 부처·기관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협업을 해서 적극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든 거죠. 그런데 지금은 권익위원장은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니까 너무 안타깝습니다. 윤 대통령께 이런 국민 민원 등의 얘기를 직접 드리고 싶은데, 그런 기회를 아예 주질 않으시니 답답하죠. 권익위는 정권내 야당처럼 국민을 대신해서 쓴소리도 하고,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혹시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신가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여주지청에 근무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제 남편(고 김헌범 거창지원장, 검사를 거쳐 판사로 재직하다 2014년 교통사고로 숨졌다)이 초임 검사로 윤 대통령 직속 후배였습니다. 그 때는 윤 대통령이 결혼하시기 전인데 여주지청이 작으니까 가족끼리 자주 어울렸고 가깝게 지냈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비비케이(BBK) 특검이 꾸려졌을 때는 안대희 특검 밑에 수석 팀장이 윤 대통령이고 그 바로 밑에서 남편이 같이 수사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뭐 가깝다면 가깝다고 할 수도 있는데, 윤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전현희 권익위위원장이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3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뒤에, 어쨌든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전 위원장 스스로 물러나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그런 고민을 솔직히 좀 했습니다. 초기에 했고, 그래서 주변 지인들하고도 대화를 좀 나눴습니다. 사실 어떤 면에선 저 개인적으론 그만두는 게 마음 편하잖아요. 그런데 강제로 그만두라고 하니까, 거기 밀려서 그만두면 그 자체로 권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금 그만두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권익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데 동조하게 되는 거니까, 이젠 그만둘 수가 없게 되어버린 거죠.”
― 권익위원장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데 그 때까지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 직을 지키겠다 그런 마음이신 겁니까?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제는 정말 권익위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 요즘 국회에선 국민권익위원장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업무의 중요성에 비춰보면 인사청문 대상에 들어가는 게 당연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왜 이제까지 제외돼 있었던 겁니까?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만 국민권익위가 3개 기관이 합쳐서 탄생했잖아요, 국가청렴위원회와 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가 합치는 과정에서 입법 미비가 발생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앞의 두 개는 장관급 기관이고 행정심판위원회는 차관급 기관이었는데, 그 기관들의 위상과 중요성이 높아서 당연히 인사청문회 대상이 됐어야 했는데, 입법 과정에서 빠뜨린 게 아닌가 그렇게 추측합니다. 저는 당연히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조만간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지난해 현대자동차 엔진 결함을 제보한 공익신고자 김광호씨가 미국에서 285억원의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 분이 국민권익위 표창도 받았는데 포상금은 2억원밖에 받지 못했더라고요.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공익신고 보상금액은 너무 적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보상 기준을 높일 생각은 없으십니까?
“일단 미국과 한국의 법 체계와 규정이 좀 달라서 그런 차이가 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공익신고로 인해 국가의 수입이 증가했을 때 그 중의 일부를 보상금으로 지급합니다. 미국은 현대차에 대해 과징금 8100만 달러를 부여했고 그 중 30%를 김광호씨에게 지급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권익위 규정상 국고 증대에 기여하면 최대 20%를 보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관련 법규상 현대차에 과징금 처분을 내리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고 수입이 증가한 게 없으니 보상금도 줄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 대신에 공익 증진에 기여할 경우에 줄 수 있는 포상금 제도가 있는데 그 한도가 2억원이라서 최고 한도인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던 겁니다. 아무튼 이 사건 이후에 과징금의 최대 30%까지 보상금을 줄 수 있도록 권익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해당 부처에서 기업에 대한 과징금을 현실화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 소비자를 속인 기업에 대해선 미국처럼 엄중한 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관련 부처 법을 우선 고쳐야 한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간의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나 울진죽변비상활주로 폐쇄 요구 등은 그런 사례일텐데,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권익위에도 집단 민원이 많이 들어올텐데, 우리 사회가 이런 집단 갈등, 집단 민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집단 민원은 지난해 310건으로 최근 5년간 지속적인 상승 추세입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집단 민원은 해결이 매우 어렵습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제라든지 군용 활주로의 이전 등은 환경과 개발, 국방과 안전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들이죠. 여기에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과 과도한 규제, 경직된 민원 처리가 갈등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집단 민원은 당사자를 중심에 두고,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의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저는 봅니다. 중립적 입장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를 조화시키고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 이게 ‘조정’입니다. 조정은 시간이 걸리지만 법적 쟁송이나 물리적 해결보다 사회적 비용이 덜 들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저는 국민권익위가 그런 역할을 적극 해나가야 하고 또 그걸 해낼 수 있는 국가대표 옴부즈만 기관이라고 봅니다.”
박찬수 대기자 pc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