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감사원의 감사 재연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를 대상으로 벌여온 특별감사를 두번째 연장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여권으로부터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방통위에 대해서도 고강도의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여권의 의중을 반영한 ‘찍어내기 감사’ ‘표적 감사’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권익위 감사는 ‘공직자 복무 관련 제보’를 이유로 내세워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지난달 1일 시작됐다. 애초 3주 일정으로 시작됐으나, 지난달 19일 기간을 2주 연장한 데 이어 이번에 기간을 또 늘렸다. 감사 과정에서 ‘위원장이 시켰다고만 하라’며 허위 답변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직원들에 대한 ‘신상 털기식 감사’ ‘별건 감사’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감사 추가 연장 결정에 대해 전현희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직권남용 감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도 다시 한번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이정희 권익위 부위원장은 “전방위적인 감사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보는 심정이 너무 답답하다”며 사직서를 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이 된 듯하다. 여권이 ‘함께할 수 없다’고 지목한 인물이 기관장을 맡고 있는 권익위, 방통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나서 ‘찍어내기 감사’ 비판을 자초하더니, 지난달 23일에는 ‘하반기 감사 계획’을 통해 문재인 정부 시절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코로나19 백신 수급 지연 사태, 가계동향조사 관련 통계 조작 논란 등에 대한 감사 방침을 밝혔다. 여권이 문제 제기를 해왔던 문재인 정부 정책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지난달 30일에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 임명된 기관장들이 있는 국책연구기관들을 콕 집어 감사에 착수했다. 이쯤 되면 ‘전 정권 손보기’의 돌격대를 자임하고 나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감사원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는 기관이다. 정치적 중립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감사원은 독립성과 중립성은 내팽개친 채 감사권을 남용해 권력을 뒷받침하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감사원이 정치에 포획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다. 조직에도 두고두고 부담을 주는 일이다. 한번 잃은 신뢰는 여간해서 회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