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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보름에 한 번꼴 대표 교체…‘n일 천하 국민의힘’ 잔혹사

등록 2022-09-11 08:00수정 2022-09-11 21:44

정치BAR_오연서의 러브레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 본청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국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 본청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국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다 ‘직무대행의 대행’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26일 법원이 주호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 결정을 내린 날,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원권 정지’ 징계로 공석이 된 이준석 전 대표의 자리에 주 전 위원장이 왔는데, 그마저 직무가 정지됐으니 누가 당대표 직무를 대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혼란이 생긴 겁니다.

지난 7월8일 이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뒤 2달 동안 국민의힘 대표는 무려 4차례나 바뀌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초기 여당의 혼란상을 정리해봤습니다.

① 7월11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

지난 7월8일 이준석 전 대표가 성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된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뒤 국민의힘은 즉각 새 지도부 체제 정비에 나섰습니다. 징계 결정 3일이 지난 7월11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었고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당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 당원권 정지 사흘 만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전 대표의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7월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7월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② 8월1일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당론 채택

그러나 ‘권성동 원톱 체제’는 불안했습니다. 지난 7월15일 윤 대통령의 지인 아들이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사실이 공개됐는데, 권 대행은 “내가 추천했다” “대통령실에 압박을 넣었다” “높은 자리도 아니고 9급”이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7월26일에는 이 전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이나 하던 대표’라고 쓴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권 대행의 휴대전화를 통해 공개되면서 당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른바 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권성동 원톱으로 도저히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7월29일 배현진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지도부 줄사퇴가 이어졌습니다. 8월1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이 전 대표가 ‘사고’인 상황과 최고위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을 합하면 비상상황으로 봐야 한다면서 ‘비대위 설치’를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의원총회에서 모은 총의의 결과였습니다. 결국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는 이렇게 21일 만에 붕괴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8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8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③ 8월16일 ‘주호영 비대위’ 출범

국민의힘은 8월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이 전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고 최고위원 과반이 사의를 표시한 현재를 ‘비상상황’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대위를 꾸릴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어 8월9일에는 전국위원회를 열어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가결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출범 99일째인 8월16일 ‘주호영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④ 8월26일 법원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세번째 위기는 비대위 출범 10일 만에 찾아왔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8월26일 받아들여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집행을 정지시킨 겁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황정수)는 몇몇 최고위원의 사퇴를 국민의힘이 비대위 전환의 전제인 ‘비상상황’으로 해석한 것에 대해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 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주호영 비대위’ 체제가 법원의 제동에 따라 사실상 무너진 겁니다. 다시, 당대표 공백 상태가 됐습니다.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당헌상 당대표 직무대행을 다시 맡아야 하는 이는 권성동 원내대표였습니다.

8월27일,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 비대위 출범을 주도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법원의 결정을 거스르는 행보였습니다.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라는 명칭은 국민의힘 당헌·당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직함이었습니다. 돌고 돌아 ‘도로 권성동 체제’가 된 겁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을 하루속히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을 하루속히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⑤ 9월8일 ‘정진석 비대위’ 재출범

국민의힘은 새 비대위 출범에 속도를 냈습니다. 9월5일 전국위와 상임전국위를 연달아 열어 ‘당대표 사퇴나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 사퇴, 최고위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한 경우 비대위를 둔다’고 규정하는 등 비대위 설치 규정을 명확히 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비대위 전환 요건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그리고 9월8일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가 새로 출범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윤리위의 징계로 당대표 직무가 정지된 지 딱 두달 만입니다.

지난 두달간 국민의힘은 ‘이준석→권성동→주호영→권성동→정진석’으로 당대표가 바뀌었습니다. 보름 만에 한번씩 당의 얼굴이 바뀐 것입니다.

당헌·당규를 두번이나 개정한 국민의힘은 법원의 제동에도 흔들림 없이 현재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오는 14일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가 추가로 제기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심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진석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요.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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