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의도발 기사인 거 아시잖아요.”
윤석열 정부의 장관 인사나 광복절 특별사면 등 대통령의 ‘중요 결단’을 전하는 보도에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여의도발이라 우리는 모른다”고도 한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모르는 내용은 통상 오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윤석열 정부의 현실은 정반대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튿날 공론화한 홍보라인 개편도 대통령실 참모들은 아니라고 했지만, ‘여권 관계자발’ 보도가 신호탄이 됐다. 김은혜 전 의원이 홍보수석으로 기용된 것도 여권 관계자가 밀어붙였다는 뒷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판도 윤핵관이 짠 인적 개편 결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정책으로 물의를 빚은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퇴 때도 대통령실 참모들은 ‘정보’가 없었다. 지난 8일 오전부터 ‘여권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박 전 장관이 자진사퇴한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대통령실 쪽은 이날 오후 4시가 넘어서까지 “분위기를 보니 오늘 사퇴는 아니다”, “박 장관이 내일 상임위 출석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은 이로부터 약 1시간 뒤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뜻을 밝혔다.
올해 광복절 특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치인 사면‧복권 반대 기조’를 내비쳤다는 일종의 미담 기사도 여권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알려졌다.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내정 등 주요 인사 뉴스의 소스도 모두 ‘여권 핵심 관계자’였다. 대통령실 담당 기자뿐 아니라 대통령실 내부에서조차 “진짜 윤 대통령의 마음을 읽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은 용산에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정치 아마추어인 윤 대통령이 정치권으로부터 폭넓은 조언을 듣는 건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공식 참모도 모르게 대통령이 극소수 ‘여의도 측근’과 중요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면 ‘비선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지지율 문제는 홍보 부족이 아닌데 원인 진단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비서실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계속 바꿔나가는 과정으로 판단해달라. 비서실 쇄신은 5년 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진짜 참모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면 ‘상시 쇄신’은 실속 없이 포장만 바꾸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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