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도덕적 흠결이 있는 인사들을 발탁하고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냐”고 항변하자 국민의힘 안에서는 ‘언제까지 문재인 정부 탓을 할 거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 임명은 최악”이라며 “문재인 정부도 했는데 ‘왜 난 안 돼?’라고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전 정권이 못해서 우리가 선택받은 건데 고작 이런 얘기를 들으려고 대선 때 그렇게 열심히 도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던 김승희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낙마했고 만취 음주운전 전력에 교수 갑질 의혹까지 불거진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인사청문회도 없이 임명됐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8년 전 언론 보도를 통해 회식 자리에서 제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그를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성추문 인사가 연이어 임명되는 상황에서 어찌 더불어민주당의 성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냐”, “어찌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와 다를 게 없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해갈 수 있겠냐”고 공개 비판했다.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는 식의 윤 대통령 약식회견 발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언어가 있다”며 “야당 후보나 검찰총장일 때는 그렇게 말할 수 있어도 전체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그런 공격적인 언어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무슨 발언을 하는지 파악하고 해명해야 하니 아침마다 우리도 힘들다”며 “뭔가 해명해야 할 게 있다는 거 자체가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의 가장 큰 원인이 인사에 있다고 보고 검증 시스템 개선 의견을 전달했다. 원내 지도부인 한 의원은 “인사검증 시스템이 면밀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특보를 지낸 김정재 의원도 이날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최근 인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만약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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