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17일 국회 앞에서 지방선거 전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6개월 넘도록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발의와 폐기를 거듭한 이 법에 민주당이 또다시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자 입법 의지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17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당의 입장이 변화된 것은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공론화를 시작한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다”라면서도 “당내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론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찬반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어서,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법안을)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뒤 들어선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뒤 두 달이 지났음에도 ‘공론화’만 되풀이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정기국회 안에 시작하겠다면서 한 차례 정책위 차원의 토론회를 열었지만, 보수 개신교계 인사들에 마이크를 쥐여주며 혐오 발언의 빌미만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비대위회의에서 “민주당은 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늘 말씀하신다. 물론 필요합니다만 이미 (합의는) 이뤄졌다”면서 “지난해 11월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국민 71.2%가 이 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공론화 방안으로 제안한 법사위 공청회도 기약이 없는 상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 탓에 공청회를 열 수 없다고 말하지만,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에서 보여준 ‘적극성’에 견주면 차별금지법에만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지적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13일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지금 마음만 먹으면 못하는 게 없다는 것을 국민이 지금 보신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이 준 힘으로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잘 읽어내고, 필요한 과제를 하느냐의 문제다. 차별금지법도 제정하지 못하는 민주당은 사실상 민주주의 정당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과업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주변에서는 지방선거 전에 차별금지법 논의가 진전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보수 개신교의 반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찬반 논쟁이 많은 법안은 선거를 앞두고 안 하는 게 좋은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논쟁이 되어야 하고, 당내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처음 차별금지법을 보고 안건에 올렸지만 의견 수렴을 하지 못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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