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평등법(차별금지법)’이 국회의장 선출의 하나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인 이상민 의원과 김진표 의원이 각각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차별금지법에 찬성과 반대로 선명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17일 현재 국회의장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5선의 김진표·이상민·조정식 의원과 4선의 우상호 의원이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원내 1당에서 맡는 게 관례다. 이번에도 오는 24일 열리는 민주당 의원총회를 통해 교통정리가 된 단일후보가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세는 김진표 의원이 선두에 서고 나머지 의원들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되던 때부터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유력하게 점쳐졌던 인물이다. 이번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 국면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으며 법안 처리에 공을 세운 것도 당내 표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세균계와 친노·친문계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는 등 조직세도 탄탄한 편이다.
민주당은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차별금지법의 앞날을 중심에 놓고 볼 경우, 김진표 의원과 이상민 의원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진다.
김진표 의원은 ‘성적지향’을 차별 금지 범주에 넣은 부분을 콕 집어 반대하고 있다. 특히 차별금지법은 국민의힘의 강한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여야 합의를 통한 순탄한 입법이 어려운 사안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언론중재법의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에 여야 중재를 끌어냈듯이 ‘김진표 국회의장’도 차별금지법 중재 방식으로 손질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큰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선 김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되면, 법사위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조찬기도회장을 맡을 정도로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 의원은 그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목회자 모임인 미래목회포럼이 주최한 ‘대선과 기독교에 대한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엔 기독교계의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를 편협한 사고이자 성 소수자를 축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보수 개신교 쪽에 대안을 제안해달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12년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을 철회시켰다는 자신의 ‘공적’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입법 반대를 넘어 차별금지법이 ‘동성혼 허용’으로 이어진다거나 동성애를 부추긴다는 보수 개신교 쪽의 왜곡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에도 우려가 나온다. 보수 성향의 교단이 주축이 된 한국교회총연합회 회장인 소강석 목사는 지난 1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참석한 예배에서 “과거만 해도 동성애가 선천적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후천적이라는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서구사회는 문화적 병폐 현상을 겪으며 다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사실은 김진표 의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평등법 발의자인 이상민 의원은 국회의장 출사표를 던지며 특정 종교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김 의원과의 ‘평등법’ 대 ‘반평등법’ 구도를 예고한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연 뒤 기자들과 만나 “특정 종교세력이나 사회세력이 평등법의 공론화를 막으면 의장으로서 앞장서서 이를 타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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