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대전시 중구 용두동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전략선거구’로 선정했다. 당 안팎의 논란에 불구하고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대표 등 현재 후보군으로는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을 상대하기 버겁다는 우려가 계속되자, 이미 경선 신청이 마감됐지만 원점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서울시장 후보를 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대전시당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광역단체장 가운데 서울을, 기초단체장 가운데 강원 강릉시와 춘천시, 대전 서구를 전략선거구로 결정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제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이 따르더라도 과감한 결단으로 지방선거를 이기는 선거로 만들어나가겠다”며 “오직 경쟁력과 승리 가능성을 기준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후보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략선거구는 경선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전략선거구와 전략공천이 동일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송 전 대표와 ‘전세금 과다 인상’으로 물의를 빚은 박주민 의원 등을 후보군에서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단수로 전략 공천하는 결정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민주당 비대위가 서울을 ‘전략선거구’로 결정한 것은 이미 후보 신청을 마친 송 전 대표, 박 의원, 김진애·정봉주 전 의원, 김송일 전 전북 행정부지사, 김주영 변호사 등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이 높지 않아,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지역 의원을 포함한 지역위원장 49명은 별도 모임을 한 뒤 “서울시장 후보군에 파격적인 새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서울 지역위원장들의 입장문도 있었고, 서울시장 선거는 전국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상징적인 만큼 승리나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현재 후보군만으로는 선거를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엠비엔>(MBN) 의뢰로 지난 11~12일 서울시 거주 만 18살 이상 남녀 802명을 상대로 한 ‘오세훈-송영길 가상대결’(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 조사에서 오 시장은 50.8%를 얻어, 39%로 조사된 송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오세훈-박주민 가상대결에서도 오 시장은 49.8%로, 박 의원(39.2%)을 크게 앞질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민주당에선 서울 전략선거구 선정에 따라 후보 신청을 하지 않았던 인물들이 추가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전략선거구 결정으로 이낙연 전 대표나 박영선 전 장관도 다시 잠재 후보군으로 검토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 지도부가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정신을 살려 서울시민과 당원이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추천된 후보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상향식 공천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전략선거구에서는 당내 경선과 단수공천 모두 가능하고, 경선을 할 때도 현재 권리당원 50%, 국민여론조사 50%인 룰을 변경해 할 수 있다”며 “누군가 새롭게 출마 의사를 밝히며 경선 조건을 제시한다면 그것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