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수사-기소권을 완전 분리하는 입법에 대한 검찰의 집단 반발로 긴장이 높아진 11일 낮 국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입법과 관련해선 다음날인 12일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기에 ”마음 속에 나름의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의원총회 이후에 이 문제에 대한 서면 질문답변을 하나 추가했다. 지금 박홍근 원내대표 앞엔 검수완박 외에도 민감하고 어려운 현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윤석열 정부 첫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 586 용퇴론과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이재명 후보의 조기 등판론 부상 등 하나같이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시민운동 출신으로 서울 중랑을에서 3선을 한 그는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중진 의원으론 처음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래서 ’신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박 원내대표는 현안들을 피하지 않고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민주당이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라는 말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발언에서, 현 상황을 보는 그의 시각이 명징하게 드러났다.
― ‘윤석열 정부’의 새 내각 모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에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덕수씨를 지명했고, 10일엔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 등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공개했습니다. 지금까지 윤곽이 드러난 윤석열 정부 첫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8개 부처 조각 명단을 보면서 국회 통과에만 인사 컨셉을 맞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덕수 후보자는 호남 출신에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으니 국회 통과가 좀 수월할 거다 그런 기대치가 반영된 것일 겁니다. 그보다는 현 시기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과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을 갖췄느냐가 더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한덕수 후보자가 유능하다는 말을 하는데, 그 유능함이 처세술에 기인한 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먼저 정리하고 그걸 잘할 사람이 누구다 이렇게 가야 하는데 그냥 사람을 놓고 자리 배치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보니 탕평이나 통합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검증을 할 생각입니까?
“직무 역량과 공직 윤리, 국민 검증 이 세가지 원칙을 갖고 검증하려고 합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시각에서 인사청문회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공직자 윤리나 역량에 관한 국민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고 또 까다로워졌거든요. 이런 시대 흐름에 부응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공직 인사검증 7대 기준이 있습니다. 처음에 5대 기준(병역, 부동산, 세금,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이었다가 여론의 요구로 7대 기준(성 관련 범죄와 음주운전 추가)으로 확대된 건데, 국민의힘은 얼마 전까지 이 7대 기준에 갑질이나 혐오 발언 같은 ‘플러스 알파’를 적용해서 청문회를 하겠다고 말했거든요. 대선 전에 국회의장께서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서, 대선에서 누가 이길지 모르니 이 참에 인사청문 제도를 좀 개선하자고 제안하셨대요.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완강히 반대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지금은 우리가 같은 기준으로 인사청문회를 하겠다는 걸 비난하고 있으니, 명분이 없다고 봅니다.”
― 바로 그 점에서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태도가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180도 달라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인사 검증에 관한한 여야 모두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이번엔 벗어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늘 엑스(X)표를 먼저 쳤습니다. 청문회 들어가기 전에 엑스표를 먼저 치고 그걸 갖고서 여론전을 했습니다. 저는 이건 정말 잘못됐다고 보거든요. 자료 요구와 증인 채택을 하고 국민 앞에서 검증해서 적격·부적격을 가려야 하는데, 먼저 부적격이라 정해놓고 아예 청문회가 필요 없다고 하는 건 온당치 못한 것이잖아요. 그 점에서 저희는 당연히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을 할 거구요,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7대 기준+알파’를 철저히 적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거나 없는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하는 억지 주장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지난 대선에서 송영길 대표가 제기한 ‘586 용퇴론’이 당내에서 계속 논쟁의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박 원내대표도 19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이른바 ‘586세대’인 셈인데, 당내에서 제기되는 ‘586 용퇴론’과 세대교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결국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법이죠,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에 해야할 일이 있고, 그걸 이끌어가는 인물과 세력이 있기 마련인 셈이죠. 86(586)세대는 권위주의 시절에 민주화 운동을 했고, 한국사회의 탈권위를 촉진하면서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정착에 기여한 부분이 분명히 있죠, 또 자치분권 시대를 여는 데도 역할을 했구요. 그런데 그 시대적 소명이 이젠 다하지 않았나, 오히려 새로운 세대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억울할지 모르지만, 86세대라는 집단적 차원에서는 그런 성찰이 필요하고 혁신이 요구된다고 저는 봅니다.
86세대라고 해도 정치권에 들어온 시기에 따라 결이 조금씩 다릅니다. 저는 조금 늦게 2012년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왔는데, 그때 선배들에게 이런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정치권에 들어왔으면 자기 노선으로 국민과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지 왜 유력 정치인을 돕는 역할에만 그치고 있는가 그런 문제 제기였거든요. 그래서 그때 저와 김기식 전 의원 등이 주도해서 ‘더좋은미래’라는 모임도 만들었던 겁니다. 한 시대를 같이 운동했으니 우리는 흩어지지 말고 똘똘 뭉치자는 건 낡은 문법이다, 이제 세대를 기반으로 한 정치는 끝났고 가치 중심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지금도 저는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그런데 ‘86세대’ 가운데 가장 먼저 정치권에 들어온 인사 중 한사람인 송영길 전 대표가 이번에 또다시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습니다. 용퇴는 커녕 계속 정치하려는 모습에 비판이 많은 듯한데,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 난처하고 민감한 주제입니다. 현실 정치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구나 민주당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지방선거를 포기해선 안되고 이겨야 하니까 후보 경쟁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지 않을 수가 없죠. 그런데 또 한편으론 국민들은 한 번의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걸 갖고 그 정당에 대한 평가를 끝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는 게 선거니까, 정당이 100년을 가려면 흔들림 없는 자기 지표를 설정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건 지금 당장 후보가 누구냐보다, 국민에게 정당의 진정성을 제대로 인정받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뜻 아니겠어요? 저는 그 점에서 지난 대선 때 (송 전 대표가) 충분한 역할을 한 점은 평가할 수 있겠지만, 결국 정치는 국민 마음을 얻는 것이니까 그런 점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 과정이 당내에 충분한 컨센서스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상황이 아닌 건 사실이죠. 그런데 절차에 문제가 없는데 당에서 일방적으로 어떤 요구를 하기에는 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 지도부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이제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공천) 신청을 받은 거고 후보적합도 조사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광역단체장 공천을 어떻게 할 거냐 논의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국민 여론도 살피고, 적합도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좀 보고, 또 서울시장에 나오려는 분들이 추가로 있는지도 보고 해서, 어떤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현재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등 여섯 분이 등록을 했는데요, 이들 외에 제3의 인물을 당 비대위에서 전략공천할 수도 있습니까?
“비대위가 바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고요, 다만 규정상 전략공천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20% 범위 안에서 비대위가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을 전략공천하겠다, 이런 결정이 이뤄진 건 아직은 없습니다. 공천관리위원회와 전략공천위원회, 당 지도부 등 3자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예단할 수 있는 단계가 전혀 아닙니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적합도 조사라든가 당원들의 분위기, 또 국민 여론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당 안팎에선 이재명 상임고문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정치 일선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대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너무 이르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재명 상임고문의 정치일선 조기 복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단순하게 답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첫째로 이재명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의 훌륭한 자산이다, 둘째로는 이 상임고문 지지자들의 뜻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행보를 하시는 게 옳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대선에서 패한 건 크게 성찰하고 반성해야 하지만, 그래도 우리당이 이재명이라는 후보를 가졌고 또 대선 이후에도 이재명 후보에게 거는 국민 기대는 아주 크다고 보거든요. 이런 정치적 자산을 어떻게 잘 유지하고 보호할 것인가,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은 이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대선 패배를 수습하고 혁신을 해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고 봅니다. 그게 이재명 고문 본인이 직접 정치의 중심에 들어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치 복귀의 문제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좀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고 저 개인적으론 생각합니다.”
― 정치 일선에 복귀하진 않더라도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등 격전지 지원 유세엔 이재명 상임고문이 나서야 한다는 뜻입니까?
“국민들이 요청하면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을 누비면서 민주당 지지층을 다시 투표장에 나오게끔 하는 역할을 하실 거 아니겠나 생각은 합니다. 지방선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결국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거라고 보고요, 그렇게 되면 이재명 고문이 좀 응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회의원 보궐선거니 당대표 출마니 이런 얘기까지 하는 것은 아직 국민 여론이 확인된 것도 없고, 본인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너무 앞선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에 검찰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검찰의 집단 반발을 어떻게 보십니까?
“하늘 아래 검찰만 있는 모습이죠. 저는 검찰이 자기 조직에 관한 문제니까 내부 토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언론에 대놓고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봅니다. 저렇게 집단적인 시위를 하는 방식으로 거칠게 의견을 표출하는 건 과도한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죠.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얘기한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직 총장을 그만두고 대통령 출마할 때는 왜 가만히 있었습니까? 대한민국 역사상 검찰의 정치적 중립 근간을 가장 심각하게 흔든 사람이 바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아닙니까? 그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제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하자고 하니까 집단 행동을 하는 걸 과연 국민들이 어떻게 볼까요?”
― 12일 의총에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 추진을 결정했습니다. 그 취지엔 공감해도 지금 당장 입법하는 데엔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을텐데, 이것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거라는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당의 이름으로 대선에서 패배했고, 50일 뒤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책임의 문제,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권력기관 개혁의 완결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유불리로 판단하기보다 향후 우리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중대 사안이자 민주주의 원칙의 실현 문제로 봐야 합니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경찰 개혁을 통한 권력기관 개편의 완결은 국민은 물론 검찰도 원론적으로 찬성했던 방향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회피하지 않고 시대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의로서 의총에서 당론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앞으로 국민과 함께 토론하고 설득해 나가면 국민들께서도 진정성을 평가하실 거라 믿습니다.”
― 지금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율이 50%를 약간 넘고 있습니다. 역대 당선자의 취임 전 지지율이 80%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인데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우선 지난 대선 자체가 워낙 치열한 진영간 대결이었다 보니까 그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머물러 있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요, 앞으로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국민 기대치는 좀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이전 대통령들처럼 확 올라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결국 통합을 못하는 데 있습니다. 첫 인사 면면도 그렇고 인수위가 초기에 일을 풀어가는 과정도 그렇고, 훨씬 포용적이고 통합적으로 일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윤 당선자에 대한 국민 기대가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에 대한 기대 역시 높은 거 같지는 않습니다. 민주당의 어떤 점이 문제일까요?
“국민들이 볼 때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을 다 몰아줬는데 과연 대한민국을 제대로 변화시키고 발전할 수 있게끔 만들어냈냐 이 부분을 저희한테 혹독하게 묻고 꾸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두 가지를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진정성이고 또 하나는 실력입니다. 우리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정말 민주당이 무엇을 추구하는 정당이냐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권여당일 때는 훨씬 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정을 고민했다면, 이젠 야당으로서 어떤 시대정신과 정책을 주로 반영해나가는 정치세력이 될지 분명하게 정립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대선에 패배하고도 마치 이긴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아프게 공감합니다. 제가 비대위원들과 회의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뒤 저를 비롯한 초선 국회의원들이 영하 11도의 맹추위 속에서 국회 정문 앞에 돗자리를 깔고 국민들께 사죄의 1천배를 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바로 지방선거가 있다 보니까 국민에게 사과하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지나간 것 아닌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 그러면 요즘 흔히 얘기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을 민주당에서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십니까?
“저는 ‘가급적’이 아니라 ‘절대’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 가지 숫자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또 당내에서도 몇 번이나 얘기했거든요. 첫 번째는 0.73%포인트라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차이입니다. 0.73%면 역대 최소 격차인데 그래도 잘한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박빙의 차이로 인해 앞으로 대한민국이 얼마나 후퇴하고 혼돈에 빠질지, 삶의 현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생겨날지, 민주주의를 비롯한 소중한 가치들이 자칫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0.73은 정말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간극의 숫자로 볼 수 있거든요. 두 번째 숫자는 16,147,738인데 이건 우리 이재명 후보가 얻은 표입니다. 민주당이 부동산 등 여러 부족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국민이 힘을 실어주신 겁니다. 민주당이 무기력해선 안되고 내부 갈등이나 분열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거기 있는 겁니다. 세 번째는 172라는 숫자인데, 민주당 의석 수입니다. 과연 우리는 이 172석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느냐, 지혜롭고 슬기롭게 행사하고 있느냐, 우리 스스로 답을 내려야 된다고 봅니다. 172라는 숫자가 하나로 모이면 결코 못할 일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대장동 특검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치인이나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 모두 방송에서 특검 하자고 했으니, 당연히 그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 특검이 상설 특검이냐 아니면 별도 특검이냐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밝힐 수 있는 특검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만을 겨냥한 특검이 돼서는 안되고, 대장동 사건과 연관된 모든 의혹을 밝히는 특검이 돼야 합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비롯해 수사 대상과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모든 의혹을 성역 없이 해소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입장이 뭔지, 저로선 궁금합니다.”
pc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