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새 정부 출범까지 시일이 촉박하”고 “특히 한반도 안보 위기 고조로 어느 때보다 안보역량을 집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에 관해 “촉박한 시일 안에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반대했다. 5월10일까지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을 하겠다는 윤 당선자의 계획은 실현이 어려워졌다. 윤 당선자 쪽은 “안타깝다”며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보다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는 집무실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수석은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 청와대를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는 비행금지구역 등 대공방어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북한이 올해 들어서만 11차례 미사일 발사를 한데다,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15일)을 앞두고 있으며, 4월 중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어 한반도 안보에 민감한 시기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5월9일) 밤 12시까지 국가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며 “국방부·합참 관련 기관 등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전했다.
청와대는 아울러 22일 국무회의에서 윤 당선자 쪽이 요청한 496억원의 집무실 이전 예비비를 상정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비비를 내일 국무회의에서 상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비비는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야 한다. 다만, 그는 “언제든지 협의가 잘되면 임시국무회의를 바로 열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반대 의사를 밝힘에 따라 5월10일까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완전히 개방하겠다는 윤 당선자의 계획은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 신-구 권력 사이의 긴장감도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윤 당선자 쪽은 유감을 표시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안타깝다. 문 대통령이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논평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며 “5월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를 시작해도 삼청동 청와대 집무실이 아닌, 통의동 당선자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편 김부겸 총리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만나 정권 인수인계 문제를 협의했고 김 총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 안에 집무실 이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수위와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이에 안 위원장은 “대통령의 우려와 입장을 잘 알겠다. 인수위 내부 논의를 거쳐 당선인과 상의하겠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하다. 서로의 우려를 씻을 수 있는 해법을 찾기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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