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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밀실·졸속·불통…‘1호 결정’부터 “나만 옳다” 보여준 윤석열 리더십

등록 2022-03-21 17:47수정 2022-03-22 02:33

“장제원·김병준·김한길 모두 반대”
2인 TF 검토·보고 받고 혼자 결정
‘협치도 없고 법치도 없다’ 비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을 전격 결정한 데 대해 ‘제왕적 리더십’이란 비판이 들끓고 있다. 측근들이 ‘시간을 갖고 결정하자’고 건의했지만 밀실에서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결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향후 5년 국정 운영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윤 당선자는 측근들조차 속도조절론을 개진했지만 용산 이전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직접 기자회견을 여는 방식으로 정면돌파를 택했다. 윤 당선자의 특별고문을 맡은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장관은 21일 페이스북에 “내가 아는 한 장제원 비서실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 모두가 속도조절론이었다”며 “누구는 제왕적으로 결단했다지만 (윤 당선자가) 외롭고 고뇌에 찬 결정을 스스로 내렸다”고 적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집무실 이전에 우려하는 당내 의견을 전달했지만 윤 당선자가 이를 모두 뿌리친 것이다. 선대본부에서 일했던 국민의힘 관계자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선자 주변에서 속도 조절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번 결단하면 끝을 봐야 하는 윤 당선자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윤 당선자는 국가 백년대계인 집무실 이전 문제에 여론수렴도 거치지 않고 속전속결로 처리하면서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선호하는 성향을 드러냈다. 집무실 이전이 본격적으로 검토된 건 윤한홍 의원이 ‘청와대 이전 티에프’ 팀장으로 내정된 지난 14일이다. 윤 당선자는 이로부터 6일 만인 20일에 용산 집무실 이전을 결정했고 윤 의원은 이날에야 티에프 팀장으로 정식 임명됐다. ‘집무실 용산 이전’이 윤 의원과 함께 대통령 경호처장 내정자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2인 체제로 검토·보고되고 윤 당선자가 최종 결정한 것이다. 김 전 본부장은 <한겨레>에 “공식 발령 나기 전이었는데 보안 문제 때문에 몇몇 핵심 직위에 있는 분들과 논의했다”며 “그동안은 어디로 이전할 것인지 판단한 것이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니까 거기에 따라 티에프가 발족됐다”고 설명했다. 인수위원들과 윤 당선자가 집무실 이전 후보지 현장을 방문했지만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작업은 전혀 없었다.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이 따르자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용산도 이전 후보지였다’며 수습에 나섰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용산도 (이전 후보지로) 검토됐다”며 “선거 과정에 용산까지 검토하면 논란이 시작될 수가 있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표현한 것일 뿐이고 사실은 용산까지 넣어서 광범위하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졸속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수습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소통’을 내세우면서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용산 이전’을 쉬쉬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가능한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일선 부대를 하나 옮기는 데에도 수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데 국방의 심장을 단 두 달 만에 옮기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당선 열흘 만에 불통 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셈”이라고 맹공했다. 박인숙 정의당 부대표도 이날 대표단회의에서 “밀어붙이기 퍼포먼스 형태의 이전 추진은 본래 소통 목적에 위반되는 불통 사업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윤 당선자의 ‘1호 결정’이 ‘불통과 독주’라는 향후 5년간의 국정 운영 리더십의 예고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문재인 대통령도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했던 만큼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었다. 또 청와대 관할인 오세훈 서울시장마저도 신중론을 이야기하는데 (윤 당선자는) 같은 진영 내에서도 불통의 모습을 보였다”며 “(인수위의) 법적 근거도 약한 상황에서 당선자가 여야 합의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다 5년 뒤에 다음 대통령이 또 옮긴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집무실 이전의 법적 근거를 둘러싸고 인수위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까지 나오지만, 법치를 강조하던 검찰총장 출신 당선자가 법률 검토뿐 아니라 여권과 사전 협의도 없이 집무실 이전 강행을 선언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광화문 시대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광화문 시대를 ‘재앙’이라고 표현했는데, 공약 부실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순서가 맞는다”며 “1호 결정부터 ‘내가 옳다’는 식으로 결정을 밀어붙이는 ‘불통’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진정으로 권력구조를 바꾸고 싶다면, 공간 뿐 아니라 개헌과 정당 구조 개혁 등의 제도 보완이 같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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