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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일화 결렬’ 원색 비난전…새벽 4시까지 실무 협상, 무슨 일이?

등록 2022-02-27 18:42수정 2022-02-28 09:54

윤-안, 단일화 결렬 책임 공방 거세져
윤석열, 직접 ‘비공개 협상’ 내용 공개 나서
국민의당 “진정성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다시 결렬되면서 양쪽이 책임 소재를 두고 상호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공개로 진행한 협상을 일지 형식으로 모두 공개하며 안 후보를 비판했고, 국민의당은 “일방적으로 까발리는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후보는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일부터 약 20일간 진행된 5쪽짜리의 단일화 협상경과와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지난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는데, 국민의힘은 그 전후 시기에 양당 간에 물밑 조율의 과정을 전부 공개하면서 안 후보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경과’ 자료에 따르면 단일화 논의는 지난 26일 아침 7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로 추가적인 실무 회동을 제안하면서 재개됐다. 국민의힘은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의 협상이 각각 윤 후보와 안 후보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26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협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정치교체, 정권교체, 시대교체를 내건 공동선언’에 합의하고 두 후보에게 각각 보고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학강국, 과학실용의 새 시대, 디지털플랫폼 정부, 부패 척결, 공정한 나라, 변화와 혁신의 길,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는 길, 분열된 통합의 길 등 (공동선언문에 담길) 이런 키워드까지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5시간 뒤인 밤 9시, 이 본부장이 장 의원에게 ‘안 후보의 완주를 철회할 명분’을 추가로 달라고 요청했고, 장 의원은 ‘윤 후보의 안 후보 자택 방문’을 제안했지만 불발됐다고 국민의힘은 설명한다. 두 사람이 27일 0시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심야 협상을 벌여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공개 회동을 제안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본부장이 이날 오전 9시 단일화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7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7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당 쪽은 윤 후보의 기자회견이 상호 신뢰를 깬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본부장은 “후보가 직접 나서서 (협상 상황을) 공개하고 일방적 관점에서 주장한 것은 단일화의 진정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 진정성을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윤 후보의 ‘무성의’가 결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계속 주장했던 것은 국민경선”이라며 “(윤 후보 쪽이) 어떠한 의견 입장 표명이 없었다. ‘왜 안 받겠다’ ‘받겠다’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윤 후보는 “대리인 사이의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여론조사 얘기는 한번도 나온 적 없다”는 주장에도 안 후보는 “저희는 (여론조사 단일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윤 후보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도리가 아니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민의힘) 저기는 여론조사 경선 한다고 하면 논의 자체를 안하잖나. 그러면 여론조사 아니면 무엇을 생각하고 있냐, 그걸 논의하러 간 거다. 그랬더니 ‘공동정부’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또 입장문을 통해 “오늘 윤 후보가 발표하기로 한 (윤 후보의) 회견내용은 단일화 제안 이후 1주일 간의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고 안 후보에게 정중하게 사과 의사를 표명하고 단일화 의지를 밝히며 회답을 기다리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책임전가 회견에 자신들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안 후보 역시 단일화와 관련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안 후보는 지난 25일 생중계된 대선 티브이 토론에서 “(단일화는)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로 다음날 이 본부장을 통해 여론조사를 내걸고 국민의힘과 비공개 협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본부장은 이날 “안 후보의 인지하에 전권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단일화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고자”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불신은 더 깊어지게 됐다. 단일화의 문 역시 더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여수/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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