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스치듯 지나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선 레이스가 양강 구도의 박빙 승부로 흘러가면서 막판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한때 본격적으로 합당을 논의했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한몸이 돼 20대 대선을 치를 수 있을까. 윤석열·안철수는 지금의 공언대로 완주를 할까. 만약 단일화를 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까.
국민의힘에선 지지율 상승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후보가 ‘자력 우승’ 할 수 있다며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국민의당 또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적격한 후보들과의 단일화를 생각할 수 없다”며 양강 후보 때리기에 몰두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안 후보의 ‘완주’를 기대한다.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로서는 안 후보가 선전하는 ‘다자 구도’가 최상의 상황이다.
반면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윤석열·안철수 후보에겐 야권 분열로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는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지지층의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3∼14일이 대선 후보 등록일임을 고려하면 현재 단일화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설 연휴 직후 단일화 논의에 돌입한다 해도 열흘 뒤가 후보 등록일이다. 정당간의 단일화 협상의 경우 여론조사 외에 마땅한 방식을 찾기 힘든데, 조사 대상과 문항, 재질문 등 구체적인 사안들을 협상하기엔 촉박한 시간이다.
야권 단일화의 성패는 설 연휴 직후 발표되는 여론조사가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15%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기에 ‘완주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반면,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현격해질 경우 공동정부 협상이나 ‘지지 선언’ 방식으로 단일화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단일화에 대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지지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윤 후보 입장에선 지지율이 앞서고 있어서 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 쪽은 굳건한 완주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12년 대선부터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단일화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했던 ‘트라우마’를 깨겠다는 것이다.
2002년 11월28일 후보단일화 합의 발표 이후 서로를 껴안고 연대를 과시하는 노무현.정몽준 후보. 한겨레 자료사진
역대 대선에서도 후보 단일화 카드는 대선 레이스의 핵심 변수였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연합·단일화로 집권에 성공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는 1996년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자유민주연합과의 연합공천 경험을 발전시켜 △대통령과 총리 자리를 나누고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며 △경제부처 임명권과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 한명을 자민련에 배분하는 디제이피(DJP) 연합에 합의했다. 호남과 충청의 지역연합 형식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색깔론과 호남색을 탈피할 수 있었던 김대중 후보는 득표율 40.27%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8.74%)를 꺾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후보 등록 이틀 전,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여론조사 경선에서 승리해 단일화에 성공했다. 대선 전날 정 후보가 노 후보 지지를 철회했지만 오히려 표 결집을 불러 노 후보는 득표율 48.9%로 이회창 후보(46.6%)를 꺾을 수 있었다.
2012년 11월18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단일화방식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단일화를 시도했다. 양쪽은 양보 없는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갔고 후보 등록 직전 안 후보가 전격적으로 사퇴함으로써 문 후보가 야권 주자로 나섰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51.55%를 득표한 박근혜 후보(문재인 후보 48.02%)였다.
이번엔 어떨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겨레>에 “ 윤 후보 쪽 상승 국면이 계속되면서 이른바 ‘안철수 고사 작전’을 통해서 사실상의 단일화 효과를 계속 작동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설 전후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지지율 15%대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결정적일 것 같다. 그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사실상 여론에 의한 단일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