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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으로 얽힌 ‘그때 그 사람들’…10년 만에 선거 재등판

등록 2021-01-12 10:59수정 2021-01-12 13:13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결자해지’ 들고나오는 주요 후보들

박원순 지지·대결로 얽힌 안철수
박원순의 길을 터준 오세훈
박원순과 붙었던 박영선
박원순한테 패한 나경원
박원순캠프 대변인 우상호
왼쪽부터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나다순). 그래픽 박민지
왼쪽부터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나다순). 그래픽 박민지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렸다. 10년이 지난 2021년, 다시 서울시장 보궐선거(4월7일)를 앞둔 정치권의 모습은 그때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여야를 불문하고 주요 후보군에 올라 있는 이들은 모두 10년 전 ‘그때 그 사람들’이다.

10년 전, ‘무상급식 찬반투표’로 불거진 시정 공백을 메우겠다며 출마를 타진하던 이들에게 ‘4050, 정치 초년병’이란 열쇳말이 따라붙었다. 기성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반영해 선거구도가 짜였다. 면면은 파격적이고 화려했다. 등장인물은 박원순 변호사,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재선의 촉망받는 나경원·박영선 의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2011년 9월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 세종로 광화문아띠 수피아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하겠다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1년 9월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 세종로 광화문아띠 수피아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하겠다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결자해지’ 카드 먼저 꺼낸 안철수

2011년, 만 49살이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는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5%대였던 박원순 변호사를 공개 지지하며 자신은 선거 뒤로 물러섰다.

이번 출마의 명분 또한 ‘박원순 10년 시정’의 ‘결자해지’로 들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말씀에 참으로 송구스러웠다. 저는 오늘,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미 2018년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도전한 바 있다. 당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52.79%),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23.34%)에 밀려 3위(19.55%)로 낙선했다. 당시에도 김문수 후보와 선거연대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단일화가 불발된 뒤 완주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최대 변수는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느냐’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9월28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당시 민주당 의원과 박원순 변호사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서울시장 야권통합단일화 협약식’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1년 9월28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당시 민주당 의원과 박원순 변호사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서울시장 야권통합단일화 협약식’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박원순과 두 차례 붙었던 박영선

“결자해지하기 위해서 뭘 해 봐야겠다, 이런 미래비전은 저는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선도국가가 되면 그 선도국가인 서울의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 이런 미래비전에 관한 것이 더 중요하다.” (11일 <시비에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안 대표의 ‘결자해지’ 카드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그 또한 2011년과 2018년,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 전 시장에게 자리를 내준 경험이 있는, 10년 전 그때의 등장인물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2011년 ‘야권 단일후보 선출 국민참여경선’에서 박 장관은 합산득표율 45.6%를 기록, 박원순 후보(52.2%)에게 뒤졌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당시 그를 향해 “젊은 민주당, 변화하는 민주당을 내건 인물”(<한겨레>, 2011년 10월4일치), “당내 경선, 야권 통합경선을 모두 흥행시킨 대중정치인으로 거듭났다”(<경향신문>, 2011년 10월4일치)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만큼, 어떤 비전을 보여주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서울시장 직에 다시 도전한 그는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율 19.59%로 박원순 후보(66.26%)에게 밀렸다. 이번에 출마를 선언하면 안 대표처럼 세번째 서울시장 선거 앞에 서게 된다. 현재 여당 후보군 가운데 지지율 면에서 가장 앞서나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선거 판세가 여당에 유리하지 않지만, 만약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3자 대결’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박 장관 우위가 예상된다는 결과도 있다.

2011년 8월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승화 기자
2011년 8월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승화 기자
■ ‘민주당 장기집권’ 열어준 재선 시장 출신 오세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시정의 ‘민주당 장기집권’ 체제를 열어준 장본인이다. ‘결자해지’라는 말은 그에게도 통한다. 그는 2006년 만 45살의 젊은 나이에 민선 4기 서울시장 자리에 앉았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로선 시민이 직접 뽑는 민선 서울시장 가운데 유일한 ‘재선’이라는 타이틀도 따냈다. 2011년 스스로 사퇴하기 전까지, 그는 잘나가는 ‘젊은 정치인’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출마를 안철수 대표의 입당 여부로 결정지을만큼 ‘절박한’ 처지로 보인다. 오는 17일까지 안 대표가 입당하지 않는다면, 그는 약속대로 서울시장 선거에 본격 뛰어들게 된다.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조건부 출마 선언’을 한 그는 “당선일로부터 바로 시정의 큰 줄기와 세세한 디테일을 함께 장악하여 일에 착수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 1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11년 당시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의 첫 사례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뒤 “(찬반 주민투표 실시는) 목표나 어떤 정책적 측면에서 올바랐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방법을 선택함에 있어서 자리를 거는 과도한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여러 차례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 ‘잘못됐다’는 반성의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치적 목표로 삼던 2022년 대선에 대해서는 “이번에 당선되는 서울시장은 대선에 나올 수도 없고 나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1년 10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통합야권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11년 10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통합야권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10년전 촉망받던 정치인이던 나경원, 이번엔?

10년 전,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나경원 전 의원(당시 만 47살)은 재선의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다. 2년 연속 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되며 대중 정치인으로서 정점으로 향하던 시절이다. 양자 대결로 치러진 당시 선거는 막판까지 혼전 양상이 이어졌으나, 투표 결과 나 의원이 득표율 46.21%로 박원순 후보(53.41%)에게 졌다. 민주당과 박 시장의 ‘10년 시정’의 시작점이 됐다.

당 지지율이 나쁘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 시절, 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뛰어든 선거에서 졌다는 사실은 향후 당내 경선에서 약점으로 지적 받을 수 있다. 나 의원은 지난 5일 이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누구도 서울시장 선거승리를 기대하지 못했다. 어느 후보를 넣고 여론조사를 해봐도 박원순 후보에게 20%포인트 넘게 뒤처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당 대표가 제게 출마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에 서울시장 선거 출사표를 던진 오신환 전 의원은 “앞서가던 선거에서 역전패를 당하셨던 것”이라며 “이런 경우라면 불출마가 선당후사”라고 저격하는 등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3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2011년 10월17일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쪽 우상호 공동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서 한나라당에서 문제를 제기한 하버드대학 로스쿨 등 박 후보의 학력문제 대해 외국 대학에서 받은 공문서로 반박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1년 10월17일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쪽 우상호 공동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서 한나라당에서 문제를 제기한 하버드대학 로스쿨 등 박 후보의 학력문제 대해 외국 대학에서 받은 공문서로 반박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박원순 대변인이던 우상호…서울시장 재수 도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2011년 보궐선거 당시 범야권 후보였던 박 전 시장 캠프에서 공동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이후 2018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해 박영선·박원순 후보와 대결했고 지지율 14.1%로 3위를 기록했다. 이번이 두번째 도전이다.

그는 지난달 13일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하며 ‘서울, 다시 시작’, ‘준비된 서울시장’을 기치로 내걸었다.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에 대해 “박 전 시장이 시민 삶에 도움되는 다양한 정책을 폈다. 다만 부동산 문제 해결이나 서울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 모델 개발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쟁 구도는 ‘박영선-우상호’ 맞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우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8년 4월17일,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우상호·박영선·박원순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호 기자
2018년 4월17일,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우상호·박영선·박원순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호 기자

■ 10년전 그 사람들, 다시 돌아온 이유는

10년 전 ‘그 사람들’이 다시 무대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4050’, ‘정치신인’으로 분류되던 이들은 2021년, 중진 의원, 당 지도부 자리를 두루 거친 중년의 직업 정치인 표상처럼 보인다. 여야 모두 세대교체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의힘에선 애초 윤희숙 의원(서울 서초갑) 등 ‘주목받는 초선’들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야권 단일화라는 명분을 놓고 후보들의 샅바 싸움이 이어지면서 새 인물의 도전이 조명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야권에선 재선인 오신환 전 의원, 교수 출신인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인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경제학자 출신인 이종구·이혜훈 전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의 정치적 의미가 더욱 커지면서 정치적 중량감이 큰 인사들이 움직일 명분이 생겼다는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경우, 선거 판세가 좋지 않다보니 젊은 정치인들의 출마 고민이 깊어진 것도 원인으로 언급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유력 정치인들이 소화가 되지 않아 정체된 면이 있다. 인지도나 경력을 쌓은 인물이 (별로) 없다는 것도 이유”라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미래가 결정되는 후보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당선 여부에 따라 향후 정치 구도가 개편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도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후배 양성에 소홀했다는 방증으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참신성이나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 성격이 사라진 선거이다보니 정권 심판 또는 유지에 대한 입장에 따라 선거 결과가 정해질 가능성은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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