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유력 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주자들이 여론 흐름을 살피며 출마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인데요. “조만간 결단하겠다”는 말로 군불만 땔 뿐, 호기롭게 링에 오르는 이가 없어 관중들의 답답증만 더해갑니다. 섀도 복싱으로 링 밖에서 헛심만 쓰다 짐을 싸는 이도 나올 것 같습니다.
나경원, 인지도 높지만 확장력은 ‘글쎄…’ 나경원 전 의원은 최근 본인과 자녀 관련 고발 사건을 털어내면서 최근 발걸음이 한층 빨라졌습니다. 나 전 의원은 새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내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당내 경선 승리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요. 나 전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나 전 의원이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돌파해야 할 난관은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20대 국회 시절 장외 투쟁을 주도하면서 지금의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중도 확장’ 전략과는 상충되는 행보를 보여온 게 가장 큰 부담입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국회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재판도 받고 있습니다. 당내에선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나 전 의원의 이런 전력이 경쟁 후보들의 공격거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전국적 인지도는 높지만, ‘비호감도’ 역시 만만찮다는 것도 ‘아킬레스건’입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우리편’ 뿐 아니라, 관망층까지 끌어올 수 있어야 하는데, ‘나경원 카드’로 그게 가능하겠냐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나 전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가 잊혀가는 존재감을 회복하고 차기 주자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질 기회라는 판단에 따라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4월 김종인 비대위 임기가 끝난 뒤 열릴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것도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 상납’ 오명 떨칠까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확정된 뒤 후보군에 가장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 이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입니다. 그럼에도 오 전 시장 쪽은 여전히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 전 시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미 대선 출마를 이야기했다가 입장을 번복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왜 오세훈이 필요한가’를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며 “당에서 경선 룰을 확정하면서 후보군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당에서 ‘추대’ 형태로 오 전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길 기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 전 시장 경우엔, 지난 20대와 21대 총선,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 등 최근 크고 작은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경험이 출마를 고심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전해집니다. 2011년 8월 초·중학교 무상급식 백지화를 위해 시도한 주민투표가 개표 가능 투표율(33.3%)에 미치지 못해 무산되고, 그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박원순 시대’를 열어준 것도 오 전 시장이었습니다. 그에게 “서울시를 갖다 바친 사람”이란 오명이 따라붙게 된 이유입니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서울시장에 도전할 경우 얼마나 많은 이가 흔쾌히 표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오 전 시장 스스로 확신을 갖는 게 현재로선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유승민, ‘대권의 꿈’은 멀기만 하고…
지난해 11월 정치 재개를 선언하면서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유승민 전 의원도 이번 보궐선거에서 역할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 전 의원은 정치 재개 회견 당시 “(서울시장 선거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 후보의 승리와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는 시간이 넉넉한 만큼, 현재는 각종 현안에 메시지를 내면서 정부여당과 날을 세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정인이 사건’과 서울 동부구치소 코로나 확산,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사면 건의’ 등 사안이 있을 때마다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며 각을 세우고 있는데요. 유 전 의원 경우엔,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가 누가 되느냐 뿐 아니라, 선거 결과에 따라 대선 레이스 주도권의 향방이 어디로 기울지에 대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안철수라는 상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새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범야권의 선두로 치고나온 것도 국민의힘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당에선 ‘안철수와 겨룰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나서 선거판을 ‘붐업’ 시켜주길 기대하지만, 후보들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선규칙과 일정을 우선 정리해주길 기다리는 분위기입니다. 유력 주자들이 자신의 승리 가능성 뿐 아니라 성패에 따른 이후 정치 행로까지 포함시킨 ‘고차방정식’을 고민하다보니, 전체적인 라인업이 꾸려지고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돌입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