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선거가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비대위냐 하는 그런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여당이 죽을 쓰고 있음에도 반사이익조차도 우리 당이 얻지 못하는 부분은 분명히 비대위의 한계가 노출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 당이 좀 더 역동적으로 국면전환을 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비대위를 끝내고 전당대회를 통해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는 거죠.”
5선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퇴진론’을 또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퇴진론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공감도를 묻자 “전 당원들에게 김종인 체제를 계속 유지하거나 전당대회를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옳은지에 대해 여론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했습니다. 조 의원은 이틀 전인 지난 27일 당 의원총회에서도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가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전날 중진 의원-경선준비위원장 모임 등 의원들의 개별적인 모임 뿐 아니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들을 직접 만나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비토 의견을 전하며 동조를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의원은 <한겨레>에 “국감 기간 중 조 의원이 갑자기 비대위에 관한 문제점을 다짜고짜 늘어놔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 의원의 주장은 아직까지 당내에서 큰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아직 조 의원의 의견에 동조하는 의원은 보지 못했다. 개별 의원의 의견은 하나하나 존중해야 하지만, 차기 당대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 때문에 순수하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성급한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 중진 의원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좀 있더라도, 당장 대안도 없이 ‘물러나라’고 하면 누가 공감하겠나. 물러나고 자신이 하겠다는 건지, 대안부터 제시하고 얘기하라”고 했습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24일 기자들과 만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 관련해 결정한 내용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조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직후 당대표 출마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습니다. 현재도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차기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날 라디오에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다 (출마) 생각들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면서도 “일부 언론에서는 (내가) 무슨 욕심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닌가 하는데 그거는 상당히 좀 정치인들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당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지만, 이 때문에 ‘조기 전대론’을 꺼내 든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조 의원의 조기 전대론 덕인지 아직 비대위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상황에도, 벌써부터 차기 당대표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 의원 외에도 일부 중진 의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나는 조 의원과는 다르게 김종인 비대위가 내년 4월 재보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임기를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 당대표 출마를 고심해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아직 남은 시간은 충분하지만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출마를 위한 물밑 작업이 시작된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서울 지역의 한 당협위원장은 “조경태 의원을 포함한 일부 중진들이 당협위원장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교류하는 등 벌써부터 전당대회 막이 오른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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