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6일 겸임 상임위원회를 제외한 14곳 상임위가 21대 첫 국정감사를 마무리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에겐 숨 돌릴 틈이 없어 보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라임·옵티머스 사건’ 특별검사 도입을 관철하기 위해 다음날인 27일 오후 의원총회를 소집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오후 4시 의원총회를 연 뒤 곧이어 국회 중앙홀(로텐더홀)에 모여 철야로 ‘릴레이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지난 22일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 설치에 관한 법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수사를 위해 특검보다는 기존 수사팀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철야 규탄대회를 통해 ‘총력전’의 의지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읽힙니다.
장외투쟁과 원내투쟁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174석 거대 야당에 맞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위기의식의 표출이라는 평가가 다수입니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 추석 연휴 때도 북한의 어업지도원 피격사건 진상 촉구를 위한 1인 시위를 청와대 앞과 전국 각지에서 진행한 바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지층엔 환영받았지만 정치적 반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철야 규탄대회 뒤에도 특검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주 원내대표가 그동안 “특검을 관철하기 위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고 별러온 터라 장외투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모습이 지난해 4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 등에 항의해 로텐더홀에서 벌인 철야 규탄대회입니다. 황교안 지도부는 이 규탄대회 직후 본격적인
장외투쟁 국면에 돌입했습니다. 단식·삭발까지 이어진 비장한 분위기였지만, 국민 공감대를 얻는 데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잦은 장외투쟁은 훗날 4·15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당 밖에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난 20일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받아내지 못하면 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지도부에 ‘야당다움’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올 연말에도 ‘장외투쟁→여야의 극한 대립→국회 공전’이라는 도돌이표 정쟁을 다시 보게 되는 걸까요. 지지율 20%대 박스권에 갇힌 국민의힘 지도부로선 진정한 ‘야당다움’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시점인 듯합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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