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4일 국회 중앙홀 계단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다주택 보유자의 세부담을 강화하는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미래통합당이 새 이름과 당 색깔을 공개하는 ‘빅 이벤트’로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여의도를 떠났던 중앙당 당사에도 2년 만에 다시 돌아옵니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뒤 수렁에 빠졌던 통합당 내부에선 최근 상승세를 탄 당 지지도에 고무된 듯 “반격의 시점이 왔다”고 결기를 보입니다. 이들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는 오는 9월3일을 ‘환골탈태’의 디데이로 잡고 있습니다.
통합당은 당명과 당 색깔, 로고, 정강·정책 등에 전면적 대수술을 벌이는 중입니다. 당명의 경우 직관적이고 명확한 이름을 고심하고 있다 합니다. 김 위원장은 단순한 세 글자짜리 당명을 선호한다고 전해집니다. 통합당 홍보본부가 지난달 31일 일부 공개한 당명 관련 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새롭게 당명에 들어갈 열쇳말로는 ‘자유’ ‘보수’ ‘국민’ ‘민주’ ‘미래’ ‘희망’ ‘한국’ 등이 다수 꼽혔습니다. 당색은 세가지 이상을 함께 써 ‘다양성 존중’의 의미를 담기로 했다고 합니다.
통합당 지도부는 발표 시점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애초 9월 정기국회 개막을 앞둔 오는 21일께 당명을 공개하면서 전열을 정비할 계획이었는데, 계속되는 집중호우와 29일 치르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를 고려해 새 당명 공개 시점을 다음달 초로 미룬 상태입니다.
새롭게 발표될 정강·정책과 특위에서 내놓을 결과물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통합당은 기존 주류 세력이 아닌 초·재선, 원외, 청년 그룹을 중심으로 정강·정책개정특위, 경제혁신특위, 한국형 영유니온 특위, 총선백서특위, 저출생특위, 미래산업 일자리특위 등을 잇달아 꾸렸습니다. 당 체질 개선이란 목적에 따라 이슈를 선점하고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특위의 1차 성과물도 당명과 함께 발표될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달 20일 발표된 정강·정책특위의 초안에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 산업화 정신과 5·18 민주화운동 등의 정신이 담겨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슈 선점’에 앞장서온 김 위원장은 오는 19일 취임 후 첫 광주 방문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취약층인 호남과 중도층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확장 전략입니다. 당 관계자는 9일 “우리 당은 그간 전국 정당이 아니었다. 호남 지역에 후보를 내지도 못하고 의미 있는 지지를 받지도 못했다. 정상적인 전국 정당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수정당은 2017년 2월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지난 2월 통합 과정에서 당명 개정으로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파랑(한나라당)이던 당색은 빨강(새누리당)을 거쳐, 분홍(미래통합당)으로 바꾸었지만, 알맹이는 그대로 두고 포장지만 바꾸는 것 아니냐는 냉소와 비아냥에 시달렸습니다. 야당의 정상화, 이젠 믿어봐도 될까요?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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