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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당’ 맞아? 파랑 배경 앞에 앉은 통합당 의원들

등록 2020-07-20 11:36수정 2020-07-20 14:12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부동산 정책 공세 벼르는 통합당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진성준 민주당 의원 발언으로 회의실 꾸며
‘보수색’ 드러내지 않는 중도확장 코드
대여 압박 용도로 파랑 걸개 이용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핑크당’이라는 애칭이 있는 미래통합당의 회의실, 국회 본관 228호가 파란색으로 꾸며졌습니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여기가 어느 당인지 모르겠다”는 농담이 이어졌습니다. 파랑 걸개 가운데엔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적혔습니다. ‘미래통합당’을 표시하는 상징물은 백보드 한참 옆에 놓인 미래통합당 깃발, 그리고 마이크를 보관하는 작은 상자에 박힌 로고와 글씨가 전부였습니다. 파란색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색입니다.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라는 발언은 지난 17일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방송을 마친 뒤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출연자들과 대화를 주고받다가 나온 말입니다. 그는 이후 “내 발언은 정부 대책이 소용없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야권에선 “진심을 얘기한 것”(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앞으로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한들 믿을 수 있겠나”(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라는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 의원이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이면서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기에 논란은 한층 확대됐습니다.

이날 걸개를 파란색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냈다고 합니다. 민주당에도 몸을 담았던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파랑 배경 앞에 앉으니, ‘사진만 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헷갈릴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넥타이 색깔도 공교롭게 파란색이었습니다. 옆에 앉은 주호영 원내대표도 웬일로 자주 착용하던 핑크색 넥타이 대신 노타이 차림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일반 국민도 (진 의원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걸개를) 설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통합당의 ‘도발적인’ 대여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날부터 21대 국회는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청문회·대정부질문 등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정상화 궤도에 오릅니다. ‘파란 배경’ 앞에 앉은 통합당이 7월 임시국회를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공세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읽힙니다.

통합당은 본격적으로 ‘핑크색’과의 거리두기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합당은 지난 16일 회의장에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라는 문구를 넣은 걸개를 설치했는데 그때도 배경색은 흰 바탕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통합당 관계자는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뭘 해도 ‘꼰대’ 같다는 우리 당에 덮인 이미지를 바꾸는 게 첫걸음이라는 의도”라고 해석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가 꾸려진 뒤 통합당은 기본소득·저출생·학제개편 등 보수 색채가 드러나지 않는 이슈를 거듭 던져왔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당분간 ‘김종인 비대위’의 중도 확장 코드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핑크색과 한걸음씩 멀어지는 것도 이런 의도 안에 있겠지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당의 ‘부동산 정책 때리기’는 이날도 살벌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비대위원 8명 중 5명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질타하는데 자신의 발언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정책의 최종 책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주택 정책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달라. 정부가 조세저항으로 나타나는 국민 분노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참조하길 바란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했습니다.

진 의원의 발언 당시 대화 상대였던 김현아 비대위원은 “저는 좀 화가 났다. 여당, 그것도 국토위원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토론 내내 했던 말은 ‘립서비스’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6개월 동안 정부 책임자들의 엇갈린 발언과 행보를 보니 국민은 ‘정책을 믿을 수 없구나’ ‘정부도 확신이 없구나’라는 때늦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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