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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없으면 차선”이라는 김종인, 킹메이커 넘어 ‘킹’ 꿈꾸나

등록 2020-06-30 15:52수정 2020-06-30 16:13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기본소득부터 대망론까지…‘김종인 비대위’의 한 달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보건부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성일종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보건부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성일종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새달 1일이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 꼭 한 달이 됩니다. ‘기본소득’에서 시작해 ‘김종인 대망론’까지 등장한 한 달이었습니다. 지난 1일 “진취적 정당이 되겠다”며 제1야당의 지휘봉을 잡은 그가 이 기간에 여의도의 화두를 선점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그에겐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 약 9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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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학제개편’…김종인이 던진 화두

“정치의 목표는 물질적 자유의 극대화다.”

지난 3일 ‘빵 먹을 자유’를 거론하며 기본소득 이슈를 띄운 김 위원장은 이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전일제 보육제’, 현행 4-2-4 대학 학제 개편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시선을 끌었습니다. 비대위 아래엔 이를 구체화할 경제혁신특위·저출생특위·미래산업일자리특위 등이 잇달아 꾸렸졌습니다. 4월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총선백서제작특위와 당 재건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강·정책특위, 악화된 남북관계에 따른 외교안보특위까지 한 달 새 사회 전반의 이슈를 모두 훑는 모습이었습니다. 통합당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청년층을 공략하겠다며 만든 ‘한국식 영 유니언’ 준비위원회,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할 교육특위까지 구성되면 지난 한 달간 당내 새롭게 만들어진 조직은 열 손가락을 채울 정도입니다. 김 위원장이 주로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원외 인사들을 비대위 주요 보직, 특위 위원으로 앉힌 것도 눈길을 끕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이슈 선점’이 결실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국정 운영 책임에서 벗어난 야당이기에 현실성 없는 번지르한 이야기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겁니다. ‘기본소득’ ‘보수 지우기’ 등 진영의 담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제안은 당내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 행보에 기대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더 큽니다. 통합당 한 재선의원은 “아직 김종인 비대위를 평가하긴 이르다”면서도 “이슈 싸움에선 확실히 강점을 보였다. 국민이 코로나·경제 문제 등으로 희망을 잃어갈 때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믿음을 주겠다는 목적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준석 통합당 전 최고위원은 3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통 비대위가 3~4개월 관리형이라면 후다닥 할 일을 하는데 아무래도 1년 정도 농사지으려고 하다 보니까 모내기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중도화된 메시지 정도만 해도 (당 지지율 상승에)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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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특유의 직설 화법…두루뭉술 전임 대표와 차별점

김 위원장의 명쾌한 화법은 ‘황세모’(이도 저도 아니라는 뜻)란 별명을 가졌던 전임자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 모습과 비교되곤 합니다. 황 전 대표는 어떤 질문이 나와도 “여러 얘기를 듣고 있다”고 즉답을 피하는 두루뭉술 화법을 사용한 반면, 김 위원장은 무심하게 던지는 직관적 메시지로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 때문인데요.

지난 1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진취적 정당이 되겠다. 진보보다 더 국민 마음을 사는 것이고, 진보보다 더 앞서가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지난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날 선 발언에 대해선 “인성의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려 관심을 받았죠.

이런 화법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3일)란 발언은 당내 ‘보수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변화를 추종하지 못하면 안 된다. 그런 보수를 싫어한다는 뜻”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고요.

‘시크한’ 화법은 용병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는데요. 평소 통합당을 지칭할 때 ‘우리 당’ 대신 ‘이 당’(민주당은 ‘저 당’)이라고 표현해온 점을 두고 일부 통합당 지지층에서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입니다.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뒤 처음 참석한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솔직히 말씀드려서 내가 꼭 ‘이 짓’을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해 “당의 명운을 걸고 맡긴 직책(비상대책위원장)이 ‘이 짓’ 정도인가”(장제원 의원)라는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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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효과? ‘킹메이커’에서 ‘킹’ 꿈꾸나

지난 한 달간 ‘김종인 효과’는 있었을까요. 여론 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6일 전국 성인 1001명에게 조사해 발표(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내용을 보면 통합당 지지율은 20%입니다. 김 위원장이 취임한 6월 1주차부터 4주차까지 통합당 지지율은 미미하지만, 상승세를 보이는데요. 매주 1%포인트씩 상승해 17%에서 20%까지 올라섰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중도층 겨냥’ 발언 이후에도 성향별 지지율에는 아직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난 4일 발표된 6월 1주차 조사에서 11%였던 중도층 지지율은 이후 13%→15%→13%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다만 통합당을 향한 여론의 주목도는 4월 총선 참패 뒤와 비교해 월등히 회복됐습니다. 최근엔 차기 통합당 대선주자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이름을 언급하면서 이낙연 민주당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에 쏠려 있던 ‘2022년 대선판도’의 스포트라이트를 통합당 쪽으로 돌렸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 직접 출마설까지 불거졌다는 겁니다. ‘40대 경제통 기수론’을 들고나온 그는 “생각해둔 대선주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여야 모두 안 보이는 것 같다” “최선의 방법이 없으면 차선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는 식으로 즉답을 피하고 있습니다. 2017년 대선을 한달 앞두고 출마 선언을 했던 전력도 그런 추측에 힘을 보태고 있고요.

김 위원장이 극구 부인하고 측근들도 “사심 없으신 분”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김종인 대망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반세기 동안 정치권에 머물며 킹메이커를 자처해온 그가 이번엔 정말 ‘킹’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김 위원장이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이 펼쳐 놓은 정책을 얼마나 현실화할지, 또 어떤 방식으로 통합당을 사랑받는 정당으로 만들어 놓을지에 그의 앞날이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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