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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현안’ 듣는 정보위, 반복되는 ‘부정확한 브리핑’

등록 2019-11-06 19:30수정 2019-11-07 09:52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4일 국정원 국감에서
1시간50분 사이 2번의 브리핑
과한 해석·프레임 싸움
브리핑 신뢰도 높일 노력 해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여야 정보위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여야 정보위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보위원회의 모든 회의는 국회법 제54조의2제1항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정보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여야 간사들의 브리핑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위원회가 열렸을 경우 어떤 질의가 오갔는지, 민감한 한반도·외교 사안들은 없었는지, 국민에게 알려야 할 만한 정보는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입니다. 여야 간사가 나란히 서서 브리핑을 하는 것은 어느 사안에 대해 정당이 지닌 의견이 지나치게 첨가되는 것을 견제, 확인하려는 목적이기도 합니다. 정보위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국가정보원·안보지원사령부·경찰청·국방부 등에서 국정감사를 벌였습니다. 정보위를 끝으로 2019년 국회 국정감사는 마무리 됐습니다.

지난 4일 저녁,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감사를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선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오후 5시30분께 “김정은, 12월 북미정상회담 정해놨다”는 기사가 속보로 쏟아졌다가 정정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야 정보위 간사를 맡은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후 5시부터 기자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습니다. 두 의원은 12월 초 북-미 실무협상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12월 정상회담을 정해놓은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3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기자들의 손가락이 빨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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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50분 사이에 열린 2번의 브리핑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냉각기를 이어가던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정상회담 급의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는 소식은 소위 ‘1면 톱’ 감이었습니다. 브리핑이 끝난 5시30분부터 속보가 잇따라 쏟아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오후 6시50분,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은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바쁜 걸음으로 브리핑 장소에 들어섰습니다. 첫 마디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습니다”였습니다.

이혜훈 의원은 여야 정보위원들이 서훈 국정원장을 상대로 북-미 실무협상 관련 질의를 하자 서 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자기들(북한) 목표로 연말까지 잡고 있는 것 아니겠냐. 그 전에 실무협상을 하려면 12월 초에는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추측이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국정원도 오후 9시40분께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3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회담 시기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12월 북-미 정상회담 정해놨다”는 기사가 “김정은, 12월 북-미 정상회담 목표”로 바뀐 배경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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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사, 간사-위원장 사이, 주장 엇갈리는 이유는?

이날 브리핑에선 김민기 의원과 이은재 의원 사이에서도 미묘하게 엇갈리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은재 의원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이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가고 있는데 이 경우 고체연료에 대한 사전 준비가 없어 우리가 인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고체연료가 되면 우리나라에 굉장히 위협적인 요인이 된다고 했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김민기 의원은 “그런데 아직 고체연료 단계까지 가진 않았다는 것이 국정원의 판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9월24일 정보위 브리핑에서는 간사 브리핑과 위원장 브리핑의 내용이 혼선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은재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서 원장이 “비핵화 협상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서 (김 위원장이) 부산에 오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이혜훈 의원은 “서 원장의 답변은 진전이 있으면 김 위원장의 답방이든 뭐든 그런 게 가능할 거라고 했다”며 “‘진전이 있으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기자들 사이에선 정보위 브리핑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입니다.

이렇게 ‘같은 회의, 다른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공개·비공개 정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한몫을 합니다. 국정원의 경우 간사들이 기자 브리핑에서 밝혀도 될만한 내용을 자료로 만들어 간사들에게 전달합니다. 이 자료에 나온 내용 이후의 것, 예를 들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간사들 입장에선 ‘준비 못 한 라이브’인 것이죠. 그렇다 보니 본인이 이해한 만큼 설명하거나, 평소 바람대로 이야기가 흘러갈 때가 많은 겁니다. 물론 모든 사안에 의원 개인의 견해와 관점, 소신이 있을 겁니다. 다만 이 브리핑 시간을 통해 여야 정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쟁 대 평화’ ‘위기 대 기회’ 같은 프레임 짜려는 속내가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도한 해석, 희망이나 편견이 들어간 이들 발언을 어떻게 제대로 이해해 전달할 수 있을까요? 요즘 정보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고민은 이겁니다. 기자들 입장에선 거듭 질문하면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정보위원들은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왜곡이 국내는 물론, 대외 관계에도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더불어, 브리핑의 신뢰도를 높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더는 “브리핑 한번 더 해달라”는 기자들 요구가 나오지 않게끔요.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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