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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선거제 연계전략 실패, 바른미래당 출구전략은?

등록 2018-12-10 16:52수정 2018-12-11 10:57

정치BAR_이경미의 여의도 죽비_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의 예산안 성적표

민주당, 일자리·남북경협 예산 ‘선방’…개혁입법은 험로
한국당, ‘적폐정당’에서 ‘제1야당’ 존재감 확보
바른미래, 예산안 패싱당하고 ‘얻은 것 없다’ 평가받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를 위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를 위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469조6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는 서로 ‘으르렁’대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동맹을 맺어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반발 속에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야 3당이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편(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연계한 전략 때문이었다. ‘예산 전쟁’ 뒤 얻은 각 당의 성적표는 어떨까.

민주당, 성과 얻었지만 험로 놓여

야 3당이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편을 연결하면서 다급해진 민주당은 이번에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아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예산안 통과가 법정시한(2일)보다 엿새 늦춰졌지만, 문재인 정부 핵심 예산인 일자리와 남북경협 예산을 큰 ‘손실’ 없이 막아냈기 때문이다. 23조원 규모인 일자리 예산은 6000억원 깎고, 남북경협 예산(1조977억원)도 1000억원 삭감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봤다. 두 예산은 당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삭감 집중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선방’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앞으로 추진해야 할 각종 개혁입법에 험로가 예상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주요 개혁입법의 경우, 129석 민주당이 야 3당의 협조 없이 관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은 야 3당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남북 문제도 (우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야 3당과 다시 연대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민주당이 한국당과 예산안 합의를 한 것처럼 거대 양당이 상황에 따라 야 3당을 제쳐두고 ‘빅딜’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적폐정당’에서 ‘민주당과 손잡은’ 한국당

정치권 안팎에서는 예산안 심사 국면에서 교섭단체 3당 가운데 가장 이익을 본 쪽은 자유한국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당은 예산 감액 심사에서 ‘상징적인’ 수준으로 정부·여당의 남북경협·일자리 예산을 깎고, 증액 심사에서 자신들이 요구한 아동수당 확대 등을 일정 부분 반영했다. 특히 증액 과정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요구하는 바른미래당이 협상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3자 협상이 2자 협상으로 좁혀졌다. 민주당과 1 대 1 협상 구도가 되면서 한국당의 발언권이 더 강해진 셈이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한국당은 남북·일자리 예산을 깎은 것과 아동수당을 확대한 것으로 생색을 낼 수 있게 됐다. 또 그동안 ‘적폐정당’ 이미지였는데 이번에 제1야당으로서 여당과 단독협상하는 위치로 자리매김했다”고 평했다. 게다가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야 3당의 ‘집중 타깃’이 한국당이 아닌 민주당으로 최근 향하면서, 한국당은 야 3당의 압박을 민주당과 상당부분 나눠가질 수 있게 됐다.

‘출구’ 안 보이는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은 이번 예산안 국면에서 ‘얻은 게 없다’는 평을 받는다. ‘선거제 개편’을 예산안과 연계하면 강력한 무기가 될 줄 알았지만 오히려 거대양당이 동맹을 맺어 이 연계 고리를 끊어냈다.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은 예산 심사에서 적극적으로 제 구실을 할 수 있었지만,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정의당과 공동 행동을 하면서 막판 예산 증액심사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0일 아침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은 예산 증액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밝혔다.

애초 당내에서는 선거제도 개편과 예산안을 연계하는 지도부의 전략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지상욱 의원은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예산안을 선거제와 연계해 국민을 패싱했고 (민주당·한국당 간 예산안 처리 합의로) 국회에서도 패싱당했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원내 제 3당으로서) ‘캐스팅보트’ 지위를 살려 민주평화당·정의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거제 개편 중재안을 만들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예산안 통과 이후 야 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이 한국당과 손을 잡으면서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인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한국당은 오는 11일 선출될 새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편 협상 열쇠를 쥐게 되는데, 후보로 나선 나경원·김학용 의원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소극적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한국당 의원 내부의 거부감도 높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을 요구하며 5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로선 단식을 푸는 출구가 빨리 열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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