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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유시민 ‘알릴레오’ 되고 홍준표 ‘홍카콜라’ 안되는 유튜브 모금…왜?

등록 2019-03-08 16:26수정 2019-03-09 00:19

정치BAR_이경미의 여의도죽비

선관위 ‘정치인 소셜미디어 수익활동 기준’ 마련
‘정치인’ 홍준표는 모금 금지 ‘비정치인’ 유시민은 가능
유시민 알릴레오 ‘정치활동이냐 아니냐’ 갑론을박
본질은 새로운 정치활동에 따른 제도 뒷받침 부족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왼쪽)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왼쪽)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인의 개인방송 실시간 모금 행위를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 이유로 금지하자 형평성 논란이 발생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유튜브 채널 ‘티브이(TV)홍카콜라’는 모금을 할 수 없지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유튜브·팟캐스트 방송은 모금할 수 있다. 유 이사장은 정치자금법 적용을 받는 ‘정치활동을 하는 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가이드라인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유시민은 되는데 왜 홍준표는 안 되느냐”라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사자들도 이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

선관위가 유 이사장을 ‘정치 행위를 하는 자’로 보지 않는 근거는 무엇일까. 8일 <한겨레>가 선관위에서 받은 ‘정치자금법상 소셜미디어 수익활동 기준 안내’ 문서를 보면, 정치자금법에서 규정한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볼 수 없는 경우를 아래 4가지 대법원 판례로 제시했다.

1. 단순히 당원·후원회 회원이거나 선거 자원봉사자·무급사무직원

2. 당선무효형 확정으로 피선거권이 없고,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주제로 정당에서 강연하는 사람 등

3. 정계 은퇴 선언 뒤 정당과 직접적 인적·물적 유대관계와 당적·공직 없이 정치적 의견 표명 활동을 한 사람

4. 일반당원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했으나 정당·선거 활동을 주로 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한 사람

유 이사장은 세 번째 ‘정계 은퇴’ 사례와 비슷하다. 해당 판례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2006년 4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억원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심에선 유죄였지만 2심이 무죄로 뒤집었고 대법원이 확정했다. 2심 판결 취지는 박 전 의장이 돈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정치활동’을 한 게 아니어서 정치자금법 적용을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해당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이 공식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 기존 인맥이나 경력으로 정치적 영역에 속하는 사회활동을 주로 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의 사회활동이 기존의 소속 정당이나 다른 정당과 인적·물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고,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정치자금법의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전 의장이 두 달 뒤인 6월 한나라당 상임고문으로 복귀하고 7월에 박 회장한테 추가로 받은 1만 달러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정했다. 박 전 의장의 오랜 ‘정치활동’ 연장 선상에서 특정 시점의 당적·당직 여부를 정치자금법 적용의 중요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시민 이사장은 향후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정계 은퇴 선언도 했고 공직을 맡지 않을 것이란 의사표시를 여러 번 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 본인 발언과 행태, 판례 등 과거 기준, 일반 시민이 느끼는 인식 등 여러 상황적 요소를 고려했을 때,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 이사장의 활동이 포괄적 의미의 정치활동으로 볼 수 있을지라도, 정치자금법 적용을 받는 ‘정치활동을 하는 자’가 되려면 국회·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에 출마하려는 의도로 활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취지다. 만약 유 이사장이 출마 선언을 하면 그때는 다시 행위 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반면, 유시민 이사장을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그는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분류된다. 시민들은 그의 선거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여권 지지층에서 그의 출마를 요구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판례에서 제시한 ‘정당과 직접적 인적·물적 유대관계와 당적·공직 없는 이’에 유 이사장이 해당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적극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 더불어민주당과 밀접한 ‘유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 오랜 경력과 현재 그가 놓인 정치·사회적 위치, ‘썰전’ 등 토론 프로그램에서 진보 정치권을 대변하는 역할로 출연해온 점, 유튜브 방송에서도 현재 정부·여권의 정책 방향을 바로 알리겠다는 취지를 드러내는 점 등이 일반적인 ‘정치평론’ 같은 포괄적 정치 행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유시민 이사장이 지금 하는 방송 내용 그 자체가 정치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알릴레오는 일종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시민들의 언론 활동, 지식 유통 같은 것이다. (홍 전 대표도) 저처럼 정치를 그만두고도 얼마든지 비평이나 언론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준표는 안 되고 유시민은 되냐’는 논란의 바탕에는 결국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정치 행위에 법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문제가 깔려있다. 새로운 형태의 정치 행위가 나타나면 그에 맞는 제도를 마련하고 관리하면 된다. 유시민 이사장도 “(유튜브 수익을) 계좌로 넣어 관리하고 선관위에 신고하면 되는데 그런 제도가 없어 홍 전 대표가 좀 억울할 것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소셜미디어 수익활동 가이드라인은 비단 홍 전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 중심의 주류 정치권이 아닌 영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치활동이 커가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처벌이나 제한조치 차원으로 접근한 건 아니다. 새로운 (정치)유형이다 보니 고민해 기준을 만들었고 합법적으로 운영되도록 예방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홍카콜라 모금 논란’은 지난달 초 서울시선관위가 홍카콜라 운영진에게 “슈퍼챗 모금은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잠정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불거졌다. 서울시선관위는 홍카콜라 슈퍼챗에 대한 민원 제기가 있어 내용을 파악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는 이후 지난달 22일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현역의원·정당·정치 유튜브 채널에 공문을 보냈다. 이 가이드라인으로 “유시민은 모금할 수 있는데 홍준표는 안 된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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