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6·13지방선거 경남지사후보로 추대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했다”며 “서울시장은 양강 구도로 갈 것”이라고 5일 밝혔다.
홍 대표는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티타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남도와 서울 2000명을 유·무선 조사한 결과 경남은 수월하게 이기고, 서울시장 선거는 양강 구도로 갈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경남지사 후보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추대 결의식을 열어 추대했다.
■ 안철수 “보나마나 3등”
이날 홍 대표는 지방선거 판세를 분석하며 “대구·경북은 말할 것도 없고, 경남과 울산은 우리가 앞선다”며 “대전에서도 조금 앞서고, 부산과 충남은 박빙”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충북과 강원, 수도권에서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대표가 양강구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김문수 전 지사는 다음주께 한국당 후보로 확정된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양강구도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에는 “수치를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지난해 3월 당시 자유한국당의 대선 예비후보로 나섰던 김문수 전 지사(당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가운데)가 다른 대선 예비후보들과 함께 13일 오후 국회에서 경선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함께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오른쪽)의 모습이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다만 “안철수는 나와봐야 3등”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른미래당은 조직이 없고, 정당 지지세도 유약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야권 대표주자를 자임하는 한편, 김 전 지사를 겨냥해 ‘서울에 연고도 없는 분’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그래서 초딩이다. 보나마나 3등”이라며 “(서울의) 95%가 토박이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용광로”라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앞으로 그런 질문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지방선거는 총선을 보고 하는 것인데, 그러면 총선도 연대하라는 거냐. 몰상식이다. 정리 대상인 정당과 연대하느냐? 지방선거 하고 정당 문 닫을 거 아니다.”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해서는 “자기가 찬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가 오퍼한 적 없다. 지난해 진작 정리했다”고 잘랐다.
■ “6개 시·도지사 수성” 거듭 밝혀…구체 지역은 ‘미세조정’
홍 대표는 경남지사 선거 외에도, 자유한국당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이 있는 6개 지역을 수성하지 못할 경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해 온 바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자유한국당으로 합류하기 전 기준으로, 부산·인천·대구·울산 시장과 경북지사를 일컫는다.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홍 대표는 현역 6곳 수성을 확언하며 “지키지 못하면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당 대표를 오래 할 생각이나 미련이 없다”고 처음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홍 대표는 따로 지역을 한정하는 대신, “(17곳 광역단체장 중) 6개가 현상유지”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어 안희정 전 지사 이후 공석이 된 충남 등에서 승리할 경우에도 홍 대표가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근거인 6개 지역 안에 포함되는 셈이다. 그는 “집권 1년차에 여당이 지는 일이 별로 없다. (야당은) 현상유지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며 “전국 6곳만 사수하면 현상을 유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대표직 재신임이 걸려있는 경남 지역에 대해서는 “김태호 지사가 제 전임지사였다. 전·후임 지사의 신임을 묻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경남 지사는 진다고 보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김태호 지사가 못 나가게 되면 대표 그만두고 나갈 생각도 했다”며 “경남을 지면 이 당은 정말 힘들어진다. 김태호 카드는 당으로서 최상의 카드”라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이날 국회로 송부될 예정인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가 비판 발언을 하는 동안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탁현민이나 하는 쇼…김성태 야단쳤다”
홍 대표는 최근 원내 중진 의원들과의 갈등이 불거지며 ‘대표 사당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서 “이 정당이 김정은 정당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무슨 말이든 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는 걸 명심하고 해야 한다”며 “나는 내 말에 대한 책임은 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 지도부 내 미묘한 갈등 기류도 드러났다. 홍 대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그런 코미디 같은 쇼는 탁현민이나 하는 것”이라며 “김성태 원내대표를 야단쳤다”고 말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홍 대표의 강경한 이미지를 놓고, 지도부 안에서도 변화 요구가 조금씩 일고 있는 데 대한 갈등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