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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벽보는 늘어갔지만… ‘피닉제’만 남았네

등록 2018-04-04 10:05수정 2018-04-04 18:15

정치BAR_철새와 불사조 사이… 선거 벽보로 보는 이인제 탐구
왼쪽부터 13대, 14대 16대 총선 선거 포스터. 총선에는 7번 출마해서 6번 당선됐다. 모두 다른 당 이름으로 출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누리집
왼쪽부터 13대, 14대 16대 총선 선거 포스터. 총선에는 7번 출마해서 6번 당선됐다. 모두 다른 당 이름으로 출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누리집

‘피닉제(불사조와 이인제의 합성어)’ 이인제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3일 충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올해 70살인 그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당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출마 기자회견에서 ‘젊음’을 강조했습니다. “충청을 가장 젊은 희망의 땅으로 만들겠다”, “저는 46살의 젊은 나이에 민선 경기도지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등을 이야기하며 ‘젊음’을 강조했죠. “올드보이 공천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사람은 다 시대의 요청에 따라 쓰임을 받는 것이다. 나이가 젊은 지사를 원하는 게 아니라 충청을 젊게 할 그런 혁신과 도전의 지사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젊음과 혁신, 도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젊음을 강조하기엔, 혁신을 이야기하기엔 그가 걸어온 길은 ‘낡은 정치인’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또 그가 우리 정치사에 남긴 그림자도 짙습니다. 수많은 선거벽보에서 그는 ‘젊음’을 유지하고 있지만, 선거 벽보가 한 장씩 추가될 때마다 그의 정치적 자산도 하나씩 사라져 갔고, 끈질긴 정치 생명력을 뜻하는 ‘피닉제’라는 별명만이 그를 수식하고 있습니다.

유망주 정치인에서 ‘철새의 아이콘’으로

30년 전, 마흔살 이인제는 13대 총선에 젊음을 내세워 당선됐습니다. 선거 벽보에 ‘40세’와 ‘새로운 선택’을 강조했죠. 판사 출신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된 그는 45살 때 최연소 장관(1993년 노동부 장관)이 되는 등 한때 유망 정치인으로 꼽혔습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경기 안양시 갑에 통일민주당 후보로 도전해 당선된 그는 15대 총선(경기도지사 재직)을 제외하고 20대 총선까지 7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습니다. 성적도 좋습니다. 20대 총선을 제외하고 6번 당선됐습니다.

문제는 7번 모두 한 번도 같은 이름의 당으로 출마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16번 당적을 변경한 것으로 ‘레전드’(전설)로 꼽히고 있습니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또 지역정당으로 옮겨 다니며 점점 철새라는 이미지가 굳어졌습니다. 진보정당만 하면 모든 정당을 다 경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죠.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쿨한’ 태도를 취합니다. 과거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 큰 여론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또 저의 노선이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어려운 길을 많이 걸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또 과거 선거 때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에 “난 철새가 아닌 불새”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그는 피닉제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언론 인터뷰에서 “과분한 별명이다. 시련과 역경을 딛고, 유권자들이 진심을 알아준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기도 합니다.

‘철새’라는 평가를 받으며 선거 벽보에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젊음’에서 ‘큰 일꾼’으로 옮겨갔습니다. 16대 총선부터 지역구를 충남·논산·계룡으로 바꾼 그가 정치 이력이 쌓일수록, 철새라는 소리를 들을수록 ‘충청 대망론’에만 기대 자신을 이미지 메이킹한 것이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를 향해 “올드보이가 아니라 충남의 큰 인물이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왼쪽부터 17대~20대 총선 선거 포스터. 총선에는 7번 출마해서 6번 당선됐다. 모두 다른 당 이름으로 출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누리집
왼쪽부터 17대~20대 총선 선거 포스터. 총선에는 7번 출마해서 6번 당선됐다. 모두 다른 당 이름으로 출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누리집

‘이인제 방지법’의 주인공

그는 15대부터 19대까지 네 차례 대선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선 도전 과정에서 ‘불복의 아이콘’이란 불명예를 얻고 한국 정치사에 이름을 남깁니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가 이회창 후보에 밀려 2위에 오르자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15대 대선에 도전했기 때문이죠.

그의 ‘경선 불복’의 ‘흑역사’는 법에 반영됩니다. 이후 정당 내부 경선에 참여해 패배하면 출마할 수 없게 하는 ‘이인제 방지법’이 공직선거법에 반영됐습니다.

◎공직선거법(‘이인제 방지법’ 조항)

제57조의2(당내경선의 실시) ①정당은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하여 경선(이하 "당내경선"이라 한다)을 실시할 수 있다.

②정당이 당내경선[당내경선의 후보자로 등재된 자(이하 "경선후보자"라 한다)를 대상으로 정당의 당헌·당규 또는 경선후보자간의 서면합의에 따라 실시한 당내경선을 대체하는 여론조사를 포함한다]을 실시하는 경우 경선후보자로서 당해 정당의 후보자로 선출되지 아니한 자는 당해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서는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다. 다만, 후보자로 선출된 자가 사퇴·사망·피선거권 상실 또는 당적의 이탈·변경 등으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왼쪽부터 1996년 경기도지사 출마, 1997년 15대 대선(국민신당), 2007년 17대 대선(민주당) 출마 당시 선거포스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누리집
왼쪽부터 1996년 경기도지사 출마, 1997년 15대 대선(국민신당), 2007년 17대 대선(민주당) 출마 당시 선거포스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누리집

선거포스터는 늘어가지만…

선거 포스터가 한 장씩 추가될수록 그의 정치적 위상은 줄어들고, 앞서 했던 발언들은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합니다.

15대 대선에서 492만표를 얻었던 그는 2007년 17대 대선에서 16만표를 얻는 데 그칩니다. 20대 총선에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접전 끝에 패했습니다. 이번에도 자유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인물난 속에 기회를 받았습니다. 여당인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에 못 미치는데 말이죠. 안희정 전 지사 성폭행 의혹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후보 사퇴로 충남에서 울상짓던 여당은 그의 출마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하네요.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도 없고, 중도층으로 표심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따릅니다.

그는 지난 탄핵 국면에서 “국회 권력이 맹목적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탄핵은 원천적으로 불법이자 무효”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경기도 지역신문이라고 소속을 밝히는 기자에게 “경기도지사 출마하는 거 아니니까…”라며 답을 피했습니다.

그는 출마 기자회견 뒤 기자들의 질문에 “혁신과 도전의 에너지, 디엔에이는(DNA) 아직도 제 가슴속에 용광로처럼 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의 도전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까요? 아니면 계속 희미하게 불타오를까요. 그는 2003년에 <출발선에 다시 서서>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끈질기게 이어가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그때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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