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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나무위키’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30 청년세대가 네이버 등 포털 못지않게 나무위키에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무위키 검색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다만 불특정 다수가 내용 작성에 참여할 수 있는 나무위키 특성상 의원에 대해 부정확하거나 편향적인 정보가 담겨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실 ㄱ비서관의 업무 중 하나는 나무위키 관리다. ㄱ비서관의 업무는 블로그,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SNS)에서 의원의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일인데, 최근에는 나무위키에서의 홍보활동도 추가됐다. ㄱ비서관은 주기적으로 의원 이름을 나무위키에서 검색해보고, 의원의 의정활동 활약상이나 방송 출연 등 ‘성과’를 직접 기재하는 식으로 의원 항목을 관리하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뭐든 나무위키에서 검색하는 분이 많다 보니 에스엔에스 담당 비서관이 나무위키 의원 항목도 함께 챙기고 있다”며 “일부 내용은 의원이 직접 기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나무위키 내용을 의식하면서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항목을 수정하려다 아이피(IP) 차단을 경험하는 사례도 있다. 나무위키 정책상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로 문서를 변경하는 행위’라고 판단될 경우 이용자의 아이피를 차단하는데, 한 초선의원실 소속 ㄴ선임비서관은 논란 항목을 편집하다가 아이피 차단을 겪었다고 한다. 의원의 지시로 불리한 항목을 수정한 적이 있다는 ㄴ선임비서관은 “(의원에 관해) 부정적인 내용을 지우면 다시 그 내용을 넣는 이용자가 있었다. 지우고 생성하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 아이피가 차단됐다”며 “안 좋은 내용은 어떻게든 나무위키에 올라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이용자가 내용 작성에 참여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평가가 고루 담긴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일부 의원실에서는 이용자들의 성향에 따라 문서가 편집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야당 소속 ㄷ의원실은 성평등 관련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이력 등이 나무위키에 부정적으로 기재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ㄷ의원실 보좌관은 “나무위키를 보면 의원에 관한 왜곡된 부분들이 많은데, 구글에서 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나무위키가 상단에 뜬다. 일부 유권자들은 나무위키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 수 있어 초조해하며 지켜보는 중”이라며 “다만 항목을 직접 수정하지는 않고,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은 블로그에 올리거나 메시지를 내서 정정하고 있다. 일부 항목은 지지자들이 수정한 뒤 알려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초선의원실 ㄹ보좌관은 “젊은 사람들이 나무위키를 많이 보긴 하지만, 그만큼 나무위키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도 이용자의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생각한다”며 유권자의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거란 반응을 보였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