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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안계 호남 초선’ 송기석의 22개월이 남긴 것은?

등록 2018-02-09 15:24수정 2018-02-09 17:48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지난해 11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송기석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안철수 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양 옆으로는 호남 중진 의원들이 앉아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 11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송기석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안철수 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양 옆으로는 호남 중진 의원들이 앉아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광주 서구갑)이 8일 의원직을 상실했다. 2016년 4·13 총선 당시 회계책임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면서 송 의원의 당선도 무효가 됐다. 전남 고흥 출신에 호남 ‘향판’(지역 법관)을 지냈던 그는 후배 판사들에게 “정치의 새 길을 걸으며 법관 생활 중 느낀 아쉬움을 채우겠다”고 밝히며 2년 전 이맘때쯤 정치를 시작했다. 이후 주요 상임위와 당직을 맡으며 국민의당 초선 의원 중에선 꽤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임기 4년 중 2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여의도를 떠난다. ‘절반 의원’으로 남게 된 송기석은 22개월동안 무엇을 남겼을까.

“판사 한계” 외치며 2년 전 ‘뉴DJ’로 정계 입문
임기 4년 못 채우고 ‘절반 의원’으로 불명예 퇴장
교문위서 제3당 초선 한계 절감, 대표발의 통과 법 1개
안철수 비서실장으로 지지→실망→지지 반복
2년 전 ‘녹색바람’ 국민의당 간판도 교체돼

그는 2016년 1월8일 광주지법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부장판사이던 그의 퇴임사는 이랬다. “법관으로 생활하며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있었는데 사법 작용을 통한 우리 사회의 변혁에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제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등의 짐을 여러분에게 남기고 정치라는 새로운 길을 걸으며 법관 생활 중 느꼈던 아쉬움을 채울까 한다. …법원을 떠난다는 슬픔도 있지만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설렘에 심장이 뛰고 있다.” 사실상 출마 선언문이었다. 후배 법관들 앞에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퇴임 당시 그는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 쪽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호남 공천에서 ‘물갈이’가 화두였던 때였다. 그는 뉴디제이(DJ)의 주요 후보군에 들었다.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는 상임위를 교육문화체육관광위로 배정받았다. 학교, 문화시설 등 지역구민들과 밀접한 이슈가 많아 의원들 사이 인기인 상임위다. 같은 당 유성엽 의원(3선)이 위원장을 맡아 활동 여건도 괜찮았다. 2016년 교문위는 특히 더 주목받았다. 미르재단을 비롯한 ‘최순실 게이트’ 이슈가 사실상 이 곳 관할이었다. 안민석, 유은혜, 노웅래 등 민주당 의원들은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날고 기었’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등 굵직한 사안들을 개인플레이와 때론 팀플레이로 주도했다. 이들 사이에서 초선 송 의원의 ‘분량’은 길지 않았다. 그도 최순실씨가 세운 ‘더블루케이’ 회사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연루 의혹을 발굴해 제기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국민의당에선 송 의원 혼자 고군분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안철수, 이동섭 의원이 함께 교문위에 있었지만 국민의당에선 팀플레이가 보이지 않았다. 교문위원들이 늦은 밤까지 감사를 진행하며 미르재단 의혹을 팔 때 송 의원의 바로 옆자리인 안철수 당시 의원은 홀로 내내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그는 이후 “민주당에 비해 정부로부터 자료를 얻어내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소수 정당’의 ‘초선 의원’으로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의정활동에서 그는 총 34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로 교육 관련 법안이었다. 그 가운데 오롯이 통과된 법은 총 1개였다. 그가 국회에 들어온 첫해 12월1일 통과된 ‘독서문화진흥법 일부개정안’이었다. “신체적 사유로 독서자료를 이용할 수 없는 ‘독서장애인’을 경제적, 사회적, 지리적 제약 등으로 소외된 ‘독서소외인’으로 재정의하고 그에 대한 독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개정안이었다. 5건은 ‘대안반영폐기’됐다. 다른 유사법이 통과되며 흡수, 폐기된 것이다. 나머지 28건은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결국 ‘절반 임기’ 동안 독서문화진흥법 1건만이 그의 이름표를 달고 남게 됐다.

지난해 8월7일 안철수 당시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의 글래드호텔에서 자신의 당 대표 경선 출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만난 뒤 송기석 당시 국민의당 의원(오른쪽)과 함께 호텔을 나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해 8월7일 안철수 당시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의 글래드호텔에서 자신의 당 대표 경선 출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만난 뒤 송기석 당시 국민의당 의원(오른쪽)과 함께 호텔을 나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그가 주목을 받은 건 의정활동보다는 당내 활동이었다. 당내 호남 의원 다수가 안철수 대표에 자주 각을 세워온 반면 그는 안 대표를 계속 지지해왔다. 호남 초선 가운데 흔치 않게 ‘친안계’로 분류됐다. 2017년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서 안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대선 본선때도 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으나 막판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 대표가 3위로 대선을 마무리 한 뒤 그는 안 대표와 당, 그리고 스스로에 적잖이 실망한 듯 했다. 대선 패배 일주일 뒤 만난 그의 표정은 ‘참담’해보였다. 그는 당시 “안 대표를 어제 만나 ‘리더로서 결단을 내릴 땐 내려야 한다’ 등 다음을 위한 직언을 했는데 안 대표는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다. (외려) ‘왜 조직이 잘 안 돌아갔던 것이냐’고 묻더라”라며 “패배에 대해 지금 자신의 문제를 모르고 전혀 바닥에 닿지를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거리를 둘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안 대표의 손을 놓지 않았다. 대선 패배 뒤 세달 여만에 안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 일선에 다시 서려 할 때 그는 안 대표를 적극 지지했다. 안 대표가 지난해 8월27일 당 대표에 당선되자 다시 비서실장을 맡았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하며 안 대표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 특유의 친화력과 호남 의원인 점을 앞세워 통합 반대파 호남 의원들과 안 대표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안 대표는 반대파를 향해 “엄중히 경고한다”며 반격의 수위를 높였고 갈등의 골은 깊어져갔다. 최근 그는 다시 ‘실망’의 단계로 접어든 듯 하다. 라디오 등 공개 발언을 통해 “(통합 추진 과정에)충분한 소통이 부족했다”, “절차적으로 미흡했다”며 안 대표 등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대법원 선고 일자를 통보 받은 그는 지난 3일 안 대표 비서실장 직을 조용히 내려놨다. 대법 판결 5일 전이었다. 이틀 뒤인 지난 5일 호남 의원 다수는 결국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이어 이튿날 민주평화당을 창당하면서 국민의당은 결국 쪼개졌다.

그에 앞서 지난해 말 의원직을 상실한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은 여전히 통합 국면에 참여하며 여의도 주변에 머물고 있다. 통합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송 의원은 어떨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광주에 내려가 추스른 뒤 변호사 개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2년 전 “정치의 새 길을 걸으며 법관 생활 중 느낀 아쉬움을 채우겠다”고 했던 그는 이제 ‘날아간 뱃지’의 멍에를 안고 고향 법조계로 돌아가려 한다. 반대파 호남 의원들과 결별한 안 대표는 오는 13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손을 잡고 바른미래당을 새롭게 출범시킨다. 그를 비롯한 호남 의원 23명에게 ‘녹색바람’을 안겼던 국민의당 간판도 이제 보기 어렵게 됐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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