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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격세지감”…기자, 두번째 코로나 검사를 받다

등록 2020-08-20 18:18수정 2020-08-21 14:48

송경화의 올망졸망

출입처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2번이나 코로나 검사받은 기자 체험기
20일 방문한 서울 성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대기 중에 찍은 사진.
20일 방문한 서울 성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대기 중에 찍은 사진.

서울시 청사 본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건 7월27일이다. 시청 2층 기자실에 앉아있었는데, 모르고 있었다. 타사 ‘단독’ 기사로 소식을 접한 뒤 든 생각은 “물먹었네(몰랐던 내용을 같은 출입처 다른 기자의 기사로 알게 됐을 때 쓰는 기자들 은어)”와 “피곤하게 됐네” 두 가지.

관련 사실을 확인한 뒤 기사를 쓰고 코로나19 검사 절차를 알아봤다. 확진된 시청 자문위원과 동선이 직접 겹치진 않았지만 구내식당과 청사 내 카페 등 공용 장소를 두루 돌아다닌 게 마음에 걸렸다. 보건소와 시청 등에 물어보니 “증상이 없으면 선별진료소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청에선 ‘서울시 선제검사’를 소개해줬다. 아, 맞다! 이게 있었지! 기사를 써놓고도 잘 모르다니….

서울시는 매주 3000명씩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민 누구나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타 지역 시민은 대상이 안 된다. ‘서울시 코로나’를 검색해 선제검사 신청 코너를 눌렀다. 선제검사는 ‘1인 1회’만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부터 그 다음주 검사를 위한 사전 예약을 받는다. 대상은 선착순이다. 동부병원·서남병원·서북병원·은평병원·서울의료원·어린이병원·보라매병원에서 받을 수 있다. 해당 주 금요일 안으로 언제든 취소도 가능하다.

이날은 수요일이었다. 다음주 월요일(8월3일)을 노려야 했다. 서울의료원을 눌러 보니 월요일부터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요즘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다보니 신청자가 많이 줄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었다. (그러니까 8월 첫째주의 설명이다.) 8월3일을 신청하고 기다렸다.

3일 오후 3시께 서울의료원에 도착했다. 병원 후문에 방호복을 입은 검사원이 보이길래 “검사받으러 왔다, 인터넷으로 신청했다”고 했다. 검사원은 뒷걸음질쳐 일단 1m 가량 거리를 유지하며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는지”를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정문에 안심진료소로 가라고 했다. “이 곳은 선별진료소입니다. 무증상자는 안심진료소로 가십시오.”

지난 3일 방문한 서울의료원 안심진료소는 한산했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잦아들고 있던 때였다.
지난 3일 방문한 서울의료원 안심진료소는 한산했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잦아들고 있던 때였다.

정문으로 갔더니 컨테이터 박스 앞에 ‘안심진료소’ 안내판이 보였다. 대기줄도, 안내자도 보이지 않았다.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컨테이너 박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앞에 20대 남성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서서 따라 문진표를 작성했다. 곧이어 노모를 모시고 온 50대 남성이 내 옆에 섰다. “검사 결과 언제 나옵니까” “어머님이 오늘 저녁에라도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빨리 받아볼 순 없습니까” 남성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병원 직원들은 “일단 집에서 격리하라”고 안내했다.

20대 남성 검사는 10초도 되지 않아 끝났다. 내 차례가 됐는데 명단을 보니 이날 11번째 방문자였다. “오후 3시인데, 아직 11명밖에 검사를 안 받은 건가요?” 나의 질문에 방호복을 입은 검사원은 “노쇼(신청만 하고 나타나지 않음)가 요즘 많아졌고, 검사자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나의 말에 검사원은 별 대꾸 없이 긴 면봉을 꺼내들어 코에 쑤셔넣었다. “악!” 딱 하루가 지나자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아래 첨부한 문자 사진에 나와 있다.

“코.로.나.확.진” AI 목소리…분주해진 공무원들

“시.청.본.관.2.층.에.서.코.로.나.확.진.자.가.발.생.해.직.원.들.이.퇴.거.중.입.니.다.서.소.문.청.사.에.서.본.관.을.방.문.한.적.이.있.는.직.원.은.바.로.퇴.거.해.주.시.기.바.랍.니.다.”

2주일 가량이 지난 어제(8월19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미팅을 진행중인데 ‘코로나’ ‘확진’ ‘2층’ 등의 단어가 귀에 꽂혔다. 인공지능(AI) 특유의 발음으로, 사내 방송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3번째 들었을 때야 내용을 바로 파악했다. 인근 시청 본관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앗! 그런데, 2층? 2층은 기자실과 홍보실 등이 위치한 곳이다. 바로 어제 하루종일 내가 머문 곳이다. 저번엔 9층에서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번엔 같은 층에서 나왔다. 게다가 ‘8·15 광화문 집회’ 뒤 확진자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던 때였다.

사실 이즘 서울시청 출입기자들은 단톡방에서 기자실을 폐쇄할지 말지를 두고 토론을 진행중이었다. 이제 더 토론하고 말 것도 없었다. 당장 다 짐을 싸 나가야 했다. 서소문 청사 공무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던 직원은 서둘러 마스크를 썼고, 보던 서류를 정리하며 어디론가 향하는 이도 보였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귀가 뒤 서울시의 조처를 기다렸다. 시청에선 밤 12시16분 기자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냈다.

“18일, 19일 본관 2층을 출입한 기자분들은 주거지 인근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2주전 ‘안심’선 오후 11번…‘선별’선 오전부터 110번

20일 오전 11시 바로 인근 성동구 보건소로 향했다. 안심진료소에서 검사 받을 때와 많이 달랐다. 선별진료소에는 일단 긴 줄이 있었다. 보건소 주차장에 20여개의 대기석도 있었다. 검사원들은 방문자들을 민첩하게 안내했다. 한 칸씩 띄어앉게 했고 손소독을 하게 했다. 일회용 비닐 장갑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다. 30도를 웃도는 열기와 함께 긴장감으로 주위가 가득 찼다. 2주 전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병원에서 엠아르아이(MRI)를 못 찍게 해서요. 열이 나서요. 보건소로 가라 해서 왔는데 어찌해야 하나요?” (50대 남성)

“열 좀 볼게요…. 38.1…. 여기 한 칸 띄어 앉으시고요. 기저질환 있으십니까?” (검사원)

“옆에는 누구시죠? 아, 보호자 분은 위험하니 여기 있지 마시고요. 떨어져 계세요. 다른 데 가 계시면 됩니다.”(검사원)

백발의 한 여성은 “증상은 없는데 요즘 확진자가 늘어 불안해서 왔다”며 검사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사원은 “증상 없으신 분들은 여기서 검사가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그는 “불안한데…”라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20일 찾은 서울 성동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입구.
20일 찾은 서울 성동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입구.

전과 달리 ‘사랑제일교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진단 검사를 받으러 오신 분은 접수 전 미리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검사원에게 이러한 안내의 이유를 물으니 “사랑제일교회 관련자는 증상이 없어도 우선적으로 검사를 받게 하고 있어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요즘 검사받으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냐”는 질문에 한 검사원은 “엄청 많아졌다. 사랑제일교회 건 이후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또 다른 검사원은 “그제, 어제 정말 힘들었고 그나마 오늘은 조금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내 번호는 110번이었다. 오전 11시에 방문했는데, 검사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벌써 100명 넘게 다녀갔다는 설명이었다. 서울시청 기자도 2명 다녀갔다고 했다. 2주 전엔 오후 3시에 11번이었는데….

30분 가량 기다리자 내 차례가 왔다. 컨테이너 박스로 검사소 형태는 같았으나, 2주 전처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창문을 열고 검사원이 긴 면봉을 내밀었다. 양손에 비닐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그 위로 손소독제를 한 번 더 도포하라고 했다. “마스크를 내리려면 손으로 만지셔야 하잖아요.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해주십시오.”

이어 코 속 깊숙한 곳이 찔리니 ‘악’ 소리가 또 절로 나왔다. 서둘러 떠나려는데 검사원은 면봉 하나를 더 내밀었다. “입 안도 해야 합니다.” ‘웩’을 3번 한 뒤에야 진료소를 벗어날 수 있었다. 세 번째 검사는 결코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일 나올 검사 결과가 부디 2주 전과 같길 고대하며….

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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