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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이면합의 없다”던 박근혜·윤병세·김무성의 말말말

등록 2017-12-28 10:28수정 2017-12-28 11:36

정치BAR_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이면 합의’ 거짓말 논란
박근혜 전 대통령 “발표 그 이상 이하도 아냐”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비공개 합의는 없다”
김무성 당시 여당 대표 “그동안 어떤 합의보다 잘된 합의”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한국과 일본 정부의 2015년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12·28 합의) 당시 양국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문제와 관련한 적절한 노력 등을 담은 ‘이면합의’를 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위안부 티에프)는 27일 지난 5개월의 검토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며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관련 적절한 노력 △제3국에 위안부 기림비 등 설치 미지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비공개합의(이면합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당시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 정치권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관련 단체들은 끊임없이 ‘이면 합의’ 가능성을 제기해왔습니다. 실제로 이후 아베 신조 총리가 “소녀상 철거 약속을 이행하라”는 주장을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죠.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일관되게 “이면합의는 없다”며 의혹 제기를 정치 공세로 치부해버렸습니다. 윤 장관 같은 경우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48년 이후의 한일 관계사에 관한 모든 문서를 한번 챙겨 보시라. 12월28일 합의를 통해서 받아 낸 문서 이상으로 받아 낸 적이 있었는가”라고 야당의 공세에 억울한 심경을 비치기도 합니다. “이면합의는 없다”던 그들이 한 말들을 정리해봅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한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이던 2016년 1월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이던 2016년 1월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2·28 합의 보름 뒤인 2016년 1월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신년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당연히 12·28 합의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박 전 대통령은 “이 문제가 지난 24년 동안 이걸 어떤 정부에서도 역대 정부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심지어 포기했던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며 “그러나 정작 자신이 책임있는 자리에 있을 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조차 못 해놓고 이제 와서 무효화를 주장하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는건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의혹제기를 ‘정치적 공격’으로 규정했습니다. “소녀상 이전문제 관련해선 한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발표 그대로다. 정부가 소녀상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 아니다”고 에둘러 이면합의가 없다고 주장했죠.

◎2016년 1월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국민 담화 기자회견 중

(기자 질문)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대통령은 현실적 여건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했다. 일본은 법적 책임을 인정 안 했는데 합의한 이유는? 소녀상 철거 이면합의 논의 있었나? 철거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사전에 위안부 할머니들과 소통을 했나? 위안부 할머니 들을 직접 만나서 이해 구할 계획은 있나?

(박근혜 전 대통령)

협상이라는 것이 여러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어 100% 우리가 만족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지난 24년동안 이걸 어떤 정부에서도 역대 정부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심지어 포기했던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 그런 어려운 문제를 최대한의 성의를 갖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상의 어떤 걸 받아내서 제대로 합의되도록 노력한 그건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략) 결과를 놓고 비판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조차 못 해놓고 이제 와서 무효화를 주장하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는 건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소녀상 이전문제 관련해선 한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발표 그대로다. 정부가 소녀상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 아니다. 자꾸 왜곡해 말하는 거 바람직하지 않고 없는 문제를 자꾸 일으키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됨으로써 피해자들의 명예 존엄이 회복되고 남은 여생 편안하게 삶의 터전을 가질 수 있도록 이행해 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분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4월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지금 소녀상 철거하고 연계가 되어 있느니 어쩌니 하는데 이건 정말 합의에서 언급도 전혀 안 된 문제인데, 그런 것을 갖고 선동을 하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1년 전 국회에서 “비공개된 합의문은 없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016년 1월7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016년 1월7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2.28 합의의 주역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1년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발표된 합의 외에 비공개된 합의문이 있냐”는 김한길 당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2016년 1월7일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회의록 중

○외교부장관 윤병세: 예.

○김한길 위원: 위안부 관련해서 소녀상 옮기려고 시도할 겁니까?

○외교부장관 윤병세: 누차 말씀드렸습니다마는……

○김한길 위원: 짤막하게 대답하세요.

○외교부장관 윤병세: 합의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김한길 위원: 아니, 그래서 제 말씀은 소녀상을 다른 곳으로 치우려고 시도를 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

○외교부장관 윤병세: 바로 문자 그대로, 합의된 그대로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봐 주시면 됩니다.

(중략)

○김한길 위원: 소녀상에 대해서 어떤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약속할 수 있습니까?

○외교부장관 윤병세: 그것은 문자 그대로 저희가 공개적으로 얘기한 데 다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김한길 위원: 발표된 합의 외에 비공개된 합의문이 있습니까?

○외교부장관 윤병세 없습니다.

○김한길 위원: 없어요?

○외교부장관 윤병세: 예.

○김한길 위원: 그것 확실하지요?

○외교부장관 윤병세: 예, 제가 아는 한 없습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017년 1월13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017년 1월13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윤 전 장관은 1년 뒤인 지난 1월13일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나와 윤영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기본적으로 저희가 이런 소녀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국제사회에서는 이런 외교공관,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 또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 국제관계라든가 국제예양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다”고 말합니다. 일본과의 이면 합의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에둘러 소녀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비친 것이죠.

◎2017년 1월13일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회의록 중 ①

2017년 1월13일 긴급현안보고

○윤영석 위원 : (생략) 그래서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이런 합의를 해 놓고도 어떤 납득할 만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지 않고, 그러면서 이번에 부산의 소녀상 설치에 대해서 이렇게 나오는 저의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분석을 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외교부장관 윤병세: 기본적으로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양국 간에 취약한 신뢰관계를 더욱더 강화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합의를 했는데 결국 양국이 좀 더 신뢰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야 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 측으로서는 자기네 외교공관 앞에 또 하나의 소녀상이 설치됨으로 인해 가지고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상당히 반발하는 현재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사실 국제사회에서는 이런 외교공관,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 또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 국제관계라든가 국제예양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일본으로서는 저희 측에서 이것이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아니면 그것을 설치한 단체든 간에 이러한 것에 대해서 항의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로서는 이것이 하여튼 외교공관……

기본적으로 저희가 이런 소녀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많이들 오해가 있습니다마는 정부는 결코 소녀상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고, 다만 과거의 교훈으로서 기리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 좋은 방법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장소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우리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일반적인 국제관행이나 예양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외교공관, 영사공관 앞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대외적으로 이것을 설득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점도 감안해서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또 해당되는 이해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으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 그는 12.28 합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질의에 항변합니다.

◎2017년 1월13일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회의록 중

○외교부장관 윤병세: 제가 외교장관으로서 여기 계신 위원님들께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48년 이후의 한일 관계사에 관한 모든 문서를 한번 챙겨 보십시오. 연구를 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가 한일 협상 과정에서 또 합의안 문서에서, 일본 정부의 정책 표현을 밝힌 어떤 문서에서 이번에 저희가 12월 28일 합의를 통해서 받아 낸 문서 이상으로 받아 낸 적이 있었는가, 그리고 왜 이것이 이렇게 어려웠는가, 왜 24년이 걸렸는가, 70년 동안에 이런 문서가 왜 없었는가, 이걸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어느 정부도 이것을 다루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중략)

한편, 27일 위안부 티에프의 발표 뒤 그는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논평을 보내고 이면합의에 대해서 “합의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 내용으로, 새로운 합의라기보다는 공개된 합의 내용의 연장 선상에서 우리 기존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특히 소녀상 문제에 관한 합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전 장관은 “위안부 TF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의 복합성과 합의의 본질적·핵심적 측면보다는 절차적·감성적 요소에 중점을 둠으로써 합의를 전체로 균형 있게 평가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위안부 티에프의 발표에 반박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태규 위안부 티에프 위원장은 28일 <시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면합의에 대해서 “아마 일부 조항은 한국 정부가 부담되니까 당시 비공개로 하면 좋겠다. 예를 들면 정대협이라든가 소녀상 문제 같은 것들은 그렇게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면합의 내용의 일부 조항이 여론의 비판에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보니 이에 부담을 느낀 박근혜 정부가 합의 내용의 비공개를 원한 것 같다는 해석입니다.

■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어떤 합의보다 잘된 합의“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015년 12월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관련 한-일 협상결과를 설명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 앞자리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앉아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015년 12월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관련 한-일 협상결과를 설명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 앞자리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앉아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2.28 합의 사흘 뒤인 2015년12월31일 윤 전 장관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원총회에 참석해 합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는 “금번 합의에 따라 우리가 취하게 돼 있는 부분들은 양국 외교장관이 발표한 그대로이며, 그 어떤 자의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이면 합의는 없다고 강조했죠.

이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12.28 합의를 극찬했습니다.

"그동안의 어떤 합의보다 잘된 합의라고 본다. 일본 정부에서 돈을 낸다고 했기 때문에 이건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역대 (일본) 총리보다 제일 확실하고 강한 어조로 사죄했다.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일본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전에 외교부 장관이 한 말을 들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고, 모두가 다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다."

27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15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및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에서 정대협 관계자들이 올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영정사진 앞에 꽃을 놓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7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15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및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에서 정대협 관계자들이 올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영정사진 앞에 꽃을 놓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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